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최근 아프리카 가나의 한 여대생이 4천㎞ 밖의 언어인 스와힐리어를 배우면서 그 언어를 그 아프리카의 공동언어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스와힐리어는 원래 동아프리카 케냐·탄자니아 해안지대의 언어였으나 지금은 아프리카 동해안 맨 북쪽의 소말리아에서 케냐·탄자니아를 거쳐 모잠비크까지 즉 아프리카 동해안은 거의 이 언어를 쓰며, 서쪽으로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여러 곳에서도 이 말을 쓴다. 사용자가 2억명이 넘어 세계 10대 언어 중의 하나다. 이 언어의 종주국은 탄자니아다. 이 나라에서는 영어 대신 이 언어만 가르친다. 이 나라 초대 대통령 줄리어스 니에레레가 독립 후 100개가 넘는 종족과 언어를 가진 국민을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언어 덕분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 영어보다도 이 언어를 통해서 더 큰 학습효과를 얻었다.
현재 이 언어는 탄자니아·르완다·케냐·우간다의 공식 언어일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연합·동아프리카공동체·아프리카개발공동체 같은 굵직한 국제단체의 공식 언어이기도 하다. 남아공과 보츠와나에서는 학교의 정식 과목으로 가르치고,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대학교도 이 언어 과정을 만들었다. 이 언어가 이처럼 아프리카에 두루 쓰이게 된 것은 이 말 자체의 특수성도 있지만 이념적인 이유도 크다. 이 말이 아프리카인의 고유한 자산과 정체성을 표현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어·불어는 식민지 시대의 언어여서 청산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아프리카 54개국 중에 제2외국어로 영어를 택한 나라가 27개국이고 불어를 택한 나라가 21개국이니 말이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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