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이 200여 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사람뿐 아니라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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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와 칠곡 일대 낙동강 전경. 영남일보 DB |
낙동강에서 미량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구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5일 발표한 '낙동강 미량 오염물질의 분포 실태 확인 및 관리를 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북 왜관 지점에서 산업용·농약류·의약물질 등을 포함한 총 196종의 미량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검출된 미량 오염물질 중 국내외 기준이 있는 51종은 모두 기준치 이내였으며, 국내외 기준이 없는 나머지 145종도 국외 검출농도보다 낮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20년부터 2년간 산업용, 의약물질, 농약류 등 낙동강에 유입될 가능성이 큰 미량오염물질 269종을 대상으로 낙동강 왜관지점에서 주 2회, 기타 조사지점에서 월 1회씩 실시했다.
환경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먹는 물에 관한 현 정수 공정의 운영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질 감시항목으로 관리 중인 과불화화합물(PFOA 등 3종), 나이트로사민류(NDEA) 등의 최대 검출 농도가 먹는물 기준의 0~15% 수준이며, 그 외 기준이 있는 주요 검출 물질 역시 먹는물 기준보다 크게 낮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대구지역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오염물질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직장인 이모(42·대구 동구)씨는 "유독 낙동강과 관련한 오염 소식을 많이 접하는 것 같다. 먹는 물 기준치보다 낮더라도 오염물질이 200여 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사람뿐 아니라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역시 "사람은 정수된 물을 먹는다지만 동·식물은 미량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유전자 변이 등 다양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기저 질환자 등 민감한 사람들은 받아들이는 오염물질 기준치가 다를 수 있다. 미량이더라도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미량오염물질 대비뿐 아니라 향후 수질 정화에 대한 대대적인 대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영 영남대 교수(환경공학과)는 "미량오염물질 종류 못지않게 그 농도도 중요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제시한 자료를 봤을 땐 우리 수준에서 충분히 정화가 가능해 먹는물로는 당장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낙동강이 여러 차례 수질 오염 문제를 겪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따른 오염물질 정화 시스템 정비와 함께 점진적인 정화 설비 등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 수계의 미량오염물질 감시 강화를 위해 국내 기준이 없는 미량오염물질의 지속적인 측정과 함께 2027년까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유역별로 수질측정센터 확대 등의 계획을 밝혔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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