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시골 대안학교 미술교사, 이준희 영남일보 시민기자 '너나들이 첫 스케치' 전시회
오는 6월 1~10일 대구중국문화 내 갤러리에서 '시와 그림의 만남'
오는 6월 1~10일 대구중국문화 내 갤러리에서는 시와 그림의 만남인 '너나들이 첫 스케치' 전시회를 여는 시골 대안학교 미술교사인 이지현씨와 시도 쓰고 살아있는 풍경 찍는 걸 좋아하는 청년이자, 영남일보 시민기자인 이준희씨가 전시회에 대해 소개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오는 6월 1~10일 대구중국문화 내 갤러리에서는 시와 그림의 만남인 '너나들이 첫 스케치' 전시회를 여는 시골 대안학교 미술교사인 이지현씨와 시도 쓰고 살아있는 풍경 찍는 걸 좋아하는 청년이자, 영남일보 시민기자인 이준희씨가 전시회에 대해 소개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오는 6월 1~10일 대구중국문화 내 갤러리에서는 시와 그림의 만남인 '너나들이 첫 스케치' 전시회가 열린다. 시골 대안학교 미술교사인 이지현(여·32·대구 달서구 상인동) 화가와 시도 쓰고 살아있는 풍경 찍는 걸 좋아하는 청년이자, 영남일보 시민기자인 이준희(36·북구 태전동) 시인이 함께 만드는 전시회다.
'너나들이'는 순수 우리말로 '서로가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서로가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었지만, 이 기회에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이 단어를 전시회 이름으로 정했다.
지난 20일 대구 근대골목에 있는 한 찻집에서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이준희씨는 뇌병변장애로 말을 못하고 손가락 하나로 태블릿PC 키보드를 눌러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분의 첫 만남은 언제인가?
△이 화가= "2011년 천주교 대구대 교구에서 '젊은이 성령기도회'에서 처음 만났다."
△이 시인="회원으로 알고 지내다가 2016년 달구벌 장애인자립생활에서 장애를 예술로 풀어보자는 생각에 유튜브 '상상메이커'를 만들었다. 제가 PD로 방송2편을 만들었는데, 게스트로 지현씨가 출연했다. 작년에 지현씨가 제 시를 녹음해 주고 제 유튜브 '테라프라메사'에 4~5편 올려주었다. 서로에게 예술의 벗이 되어준 것 같다."
▶오프닝 행사가 아주 뜻깊은 자리로 만들어진다고 들었다.
△이 화가="김미숙 중국문화원 부원장의 사회로 칠곡향교 시조창이 축하공연의 문을 연다. 준희씨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6편의 시(울컥, 첫마음, 기도, 하늘기지국, 신천떡볶이 2인분)를 준희씨 대신 7명이 수어 낭송, 시 낭송을 할 예정이다. 유경예술단 전영미씨 기타연주로 오프닝의 마무리를 하게 된다."
△이 시인="제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모두 재능기부로 축하의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수어 낭송에 서도숙 선생님, 점자도서관 마음으로 보는 세상시 낭송회장 박은정 선생님, 전 우방하이츠 어린이집 원장 박주 선생님, 거리예술가 천미정 선생님, 대구광명학교 교사 김영재 선생님, 대구재능시 낭송협회 김명희 선생님이 제 목소리를 대신해 줄 예정이다."
▶ 전시작품 구성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이 화가= "함께 한 작품수는 16편, 시가 9편, 그림이 7편이다. 시낭송으로 소개되는 '울컥' '기도' 두 작품에 제 그림도 함께 했다. 엽서도 준비하고 있다. 한 면에는 시, 또 다른 면은 그림. 이렇게 엽서 한 장에 두 콜라보 작품이 들어있다."
△이 시인="엽서는 한 장에 700원, 한 세트에 4천원 가격책정을 했다. 전시된 그림과 시화는 아트페어처럼 판매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 문의를 받을 생각이다. 엽서의 수익금이나 후원금으로 우크라이나 난민 기부금으로 쓸 예정이다."
▶ "너나들이 첫 스케치"의 기획의도가 궁금하다. 전시회를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이 화가="코로나가 여전히 진행중인 채 3년째 접어들었다. 전세계인들이 힘들고 지쳤을 것이다. 준희씨도 저도 많은 위로와 공감이 필요했다. 포스터에 보면, 준희씨가 장애로 인한 불편한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글자 한자한자에 눈물겹도록 정성이 듬뿍 들어있다. 준희씨 글자엔 힘이 느껴진다. 포스터 글자 제작과정은 포토샵으로 사진불러오기해서 파일로 재탄생된 과정으로 진정한 '너나들이 과정'이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잠시 '멈춤'과 첫 스케치를 통해 시민여러분께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이 시인="지현씨가 공부하고 교사로서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붓을 잡았는데, 다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을 보듬어주는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제가 뭐든 잘 저지르는 스타일이라 지현씨도 힘들었을 것같다. 아무 것도 저지르지 않고 행복을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겠지…. 제가 생각하는 핵심은 속도,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들이 모두 다 공부이고 성장과정이라 생각한다. 저희 둘의 성장과정에 동참하셔서 조금이나마 시민 여러분께 위로를 드리고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이 있다면?
△이 화가="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장소 찾는데 굉장히 애를 먹었다.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용과 시설 접근성의 문제가 많았다. 준희씨 지인의 도움으로 공간도 마련하고, 대구와 경북 중국문화원, 유경예술단의 후원으로 전시회가 가능해진 만큼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나를 돌아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제 작업에 영향을 준다. 앞으로 미술치료와 심리학 공부를 하고 싶고, 조만간 준희작가와 시화집도 내고 싶다."
이 시인="저는 영남일보 시민기자로서 생생한 우리 이웃들의 삶을 전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글을 쓰면 쓸수록 글은 제 장애를 푸는 열쇠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현씨가 허락한다면, 앞으로도 예술의 벗, 너나들이 사이로 지내고 싶다. 두 번째 세 번째 스케치를 준비해야 하니까.△"
이날의 인터뷰는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마무리됐다. 이 화가는 이 시인에 대해 "눈빛으로 위로할 줄 아는 진실함과 뭐든 일단 저지르고 보는 진취적인 분"이라고 말했고, 이 시인은 이 화가를 "사람, 꽃, 동물에게 있는 자유분방함과 역동성을 지니고, 생활 속 긍정의 아이콘"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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