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8시쯤 대구 수성구 대청초등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등교하던 초등학생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구급차가 출동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
2020년 3월25일부터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되는 등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불법 차량의 단속이 크게 강화됐지만, 어린이들은 여전히 등하굣길 불안해 하고 있다.
24일 오전 8시쯤 대구 수성구 만촌동 대청초등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8세 초등학생이 신호 대기하던 차량 행렬 속에서 갑자기 달려 나오다가 차량에 그대로 부딪혔다. 당시 사고를 낸 운전자는 차량 통행이 많은 주거밀집지역 인근 도로에서 비상등을 켜고 정차 중이던 앞 차량을 피해 멈췄다가 재출발하는 상황이었다.
사고가 난 도로는 대청초등, 소선여중 등 4개 초·중·고교가 인접해 있으며 주변에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등교 학생 수가 많은 곳이다. 그럼에도 안전 펜스는 설치돼 있지 않았고 차량 속도를 나타내는 속도계는 있었지만 단속카메라는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보호구역 관리 상황에 대해 대구 수성구청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펜스 설치는 자체적인 판단으로 설치된다.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따르고 있으며 법상 기준이 따로 없다"면서 "24일 사고가 난 장소는 정차가 가능한 구간이며 주차는 전면 금지돼 있다. 상가가 많다 보니 안전 펜스 설치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횡단 사고가 잦은 구역이면 안전펜스 설치가 필요하지만, 안전펜스로 인해 상가 운영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적지 않아 설치하기 힘든 지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후 1시쯤 대구 달서구 본리초등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하교하던 어린이가 불법주차된 차량 옆으로 고개를 빼고 지나가는 차량을 확인하고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
하루 전 23일 오후 1시쯤 하교시간에 찾은 달서구 본리초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학교가 주거밀집지역과 대로변 사이에 위치한 탓에 아이들이 등하굣길 교통안전에 위협받고 있었다. 후문에는 안전 펜스가 설치된 통로가 마련돼 있지만, 서편 골목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표시봉이 부러져 있었고, 차량들도 구석구석에 불법주차돼 있었다. 정문에서부터 주택가로 향하던 한 어린이는 큰 차 앞에서 도로 쪽으로 머리를 내밀고 위태롭게 차량 통행을 확인하기도 했다.
학교 후문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던 학부모 김모(40대·대구 달서구)씨는 "혼자 골목길을 다니는 학생을 보면 아슬아슬하다. 안전 펜스 안쪽으로 다니면 좋지만, 작은 아이들이 갑자기 차 사이에서 튀어나오면 저도 놀란다"라고 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원칙상 주차된 차량은 단속 대상"리라며 "다만, 학교 측과 주민 간의 분쟁도 있다. 그래도 후문의 안전 펜스 내 통행로는 학교 부지를 이용해 개설했다. 주변 여건상 융통성 있게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건수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보다 늘어났다. 대구시내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는 2019년 30건 발생했지만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2020년 24건으로 소폭 줄었다가 1년 뒤(2021년) 32건으로 다시 33%나 급증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서민지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