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발언 논란, 이해 충돌,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잇따라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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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보건복지부 장관에 김승희 전 의원을 지명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이 갈수록 험로를 걷고 있다.
앞서 '아빠 찬스' 논란으로 정호영 전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최근 내정된 김승희 후보자 역시 과거 발언 논란, 이해 충돌,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진 것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김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하고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어 김 후보자 청문회는 정 전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험로가 예상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청문회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차장으로 일하던 2012년 세종시 도담동에 있는 '세종 힐스테이트' 84㎡를 분양받은 뒤 실거주를 하지 않고 '갭투자'로 5년 만에 팔아 1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2주택자였던 김 후보자가 공무원 특별분양을 통해 분양가가 2억5천400만∼2억8천800만원이었던 세종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실제 거주하지 않고 임대했고, 2017년 이를 4억2천400만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또 김 후보자의 어머니 명의의 아파트를 김 후보자의 자녀가 매입하는 석연치 않은 정황도 나왔다. 김 후보자는 식약처장 취임 때인 2015년 4월 모친 명의의 서울 동작구 상도1차 갑을명가 아파트 84.61㎡를 신고했는데, 이후 국회의원 퇴직 때인 2020년 재산 신고에는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장녀가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 후보자는 2015년 신고 이후부터는 모친을 타인이 부양하고 있다는 이유로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인사청문준비단은 2019년 후보자의 모친이 생활비 등 현금이 필요해 후보자의 딸이 시세로 구매한 뒤 전세를 준 것이라며 "매매금액과 전세가 모두 적정했고 관련 세금도 적법하게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갭투자' 의혹 외에도 김 후보자가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김 후보자가 경기도 남양주 일대에 농지를 구입한 뒤, 해당 농지가 공공주택 부지로 수용됐다"며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하고, 농지 구입 후 직접 영농을 하지 않았다면 '농지법 위반'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 의원은 "김 후보자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해당 농지 지분 939㎡(약 284평)를 2010년 3월 23일 당시 90세였던 모친에게 증여했다"며 "당시 모친도 동작구 상도동에 거주했고, 90세의 노모였던 점을 고려하면, 영농 목적의 증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가 재산등록 및 공개 대상이 되면서, 농지 소유가 법 위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노모에게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지 두 달만인 2020년 7월부터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이력을 두고 '이해 충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식약처장, 국회 복지위원 등을 지냈으나 바이오, 제약, 헬스케어를 전문으로 내세운 법무법인에서 근무했다. 이렇게 유관 분야에서 일을 한 뒤 다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오는 셈인데, 국민 눈높이에 적합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국회의원과 식약처장 시절에 했던 문제성 발언들도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특히 야당은 김 후보자가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 개별 기록관에 대해 지적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기억력을 '치매'와 연관 지어 발언한 것도 중요하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 발언은 당시 민주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고 김 후보자는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까지 됐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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