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전 대구에서 발생한 대한민국 대표 미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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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3월26일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서 우철원군 등 5명의 어린이가 실종된 후 경찰이 일대를 수색하고 있는 모습.(왼쪽부터) 사라진 '개구리소년'들을 찾아 달라는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2002년 9월26일 대구 성산고 신축 공사장 뒤쪽 와룡산 중턱에서 개구리 소년들의 유해가 발견돼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영남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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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소년사건 발생 31주기를 맞아 지난 3월 대구 달서구 선원공원 내 개구리 소년 추모 및 어린이 안전 기원비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유족이 추모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영남일보DB |
국내 대표 장기미제 사건인 대구의 '개구리 소년' 사건과 관련해 네티즌 A씨가 "환각 상태였던 고교생들이 버니어 캘리퍼스를 이용해 소년들을 살해한 것"이라는 주장(영남일보 6월6일자 2면 보도)을 내놓은 가운데, 범죄심리학계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간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7일 KBS 방송에 출연해 "사실 이 글로 감동을 받았다"며 "합리적인 추론이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A씨가 "흉터에 잘 부합하는 흉기를 제시했다. 둔기는 끝이 무뎌서 파손의 범위가 크고 여러 조각이 나는데 비해, 소년들의 두개골은 함몰된 부위가 '콕콕' 찍힌 느낌이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이성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동안에는 5명을 한 번에 해치기 어렵겠지만, 환각 상태였다면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 그는 "1991년 청소년 비행 중 어떤 게 많았는지 찾아보면 (가해자들이) '본드'를 했다는 것이 완전히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정황 설명까지 보니까 '하나의 가설'로만 얘기하는 것 같지가 않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A씨가) 마치 그 장소를 아는 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어 혹시나 이 사람이 지리적인 감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개구리 소년 유골 발견 당시 감정을 통해 이들이 '타살' 당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은 경북대 법의학팀이었다. 채종민 전 경북대 법의학교실 교수 등은 아이들의 두개골에 수십 개의 상처가 있었고, 이들의 유골이 한 곳에 모여 땅속에 묻혀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이같이 결론 지었다. 채 전 교수는 8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충분히 그 근거를 경찰에 제공을 했고, 수사는 경찰이 할 문제"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국내 범죄심리학계에선 이번 논란을 두고 여러 가지 추론이 분분하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버니어 캘리퍼스가 범행 도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범행자가 환각 상태인 고교생이었다는 점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마약은 2가지 효과가 있다. 과활성화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력화될 수도 있다"며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도구·환각·상황에 대한 3종류 얘기를 잘 조합한 결과가 아닐까"라고 의견을 내놨다.
경찰이 개구리 소년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시기, 유골이 발견되고 경북대 법의학팀에서 이들이 살해 당했다는 점을 발표한 시기 에 일종의 '액션'이 나왔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A씨가 11년 간 인터넷 상에서 말하고 다녔다고 주장하는 점에 대해선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일각에선 이 글이 마치 실재했던 사건 현장을 생생히 묘사하는 것 같다면서 A씨가 당시 사건의 목격자 등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 프로파일러는 "A씨가 이 사건과 관련성이 있다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됐다"고 말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대구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이 A씨의 행적과 글 내용의 진실성을 확인하고, A씨가 이 이야기를 사건과 관련한 유력 인물에게 들은 건 지 여부 등에 대해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이들 아버님, 어머님 가슴에 못 박은 사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시 인근 지역의 고등학생을 찾다가 자칫 범죄와 무관한 이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을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범죄심리학회 회원인 윤우석 계명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이번 글이 재수사에 중요한 단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 인근 불특정 비행 청소년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게 되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의 평온을 깰 수 있다는 염려도 든다"며 "이 글은 가설일 뿐 아직 명확성이 부족하다. 섣불리 사실로 받아들여 수사를 진행한다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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