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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Culture] 캔버스에 인연의 '끈'을 심다…아령 'In&Out' 대구 첫 개인전

2022-06-10

갤러리팔조 대구서 19일까지 전시
Relation 시리즈…'끈'으로 표현

[Art&Culture] 캔버스에 인연의 끈을 심다…아령 In&Out 대구 첫 개인전
아령 'Relation'

캔버스에 '끈'이 심겨 있다. 캔버스가 마치 수틀인 양 바늘이나 송곳 등을 이용해 '수를 놓았다'. 작가는 이를 '끈을 심는다'고 표현했다. 이에 우리에게 보여지는 캔버스 앞면은 끈을 붙여 놓은 듯 깔끔해 보여도 뒷면은 무수한 끈이 발버둥을 친다. 마치 우리네 인연 같고 인생 같다.

끈은 곧 인연이자 관계이며 생명이고 삶이다. 끈은 작가의 작업 주제이자 매체다. 우리에게는 아는 범위에서의 연결만 보이지만, 그런 관계가 성립되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인연의 고리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연결망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관계는 그 연결망의 한순간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작가의 끈과 선은 서로 교차하고, 끊어지고, 반복되고, 지나치고, 보이고, 또 보이지 않는다.

인연의 끈, 삶의 끈에 집중하며 그 관계를 선으로 표현하는 아령의 'In&Out'展이 오는 19일까지 갤러리팔조 대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서울 출신으로 홍익대 회화과 대학원을 졸업한 아령이 대구에서 처음 개최하는 개인전이다.

'Relation(관계)'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아령에게는 어릴 적 성황당 나무에 걸려 있던 끈이 잊히지 않고 오랜 트라우마로 남았다. 인생의 좌절과 고비의 시기마다 그 끈이 잡아당기고 얽매이게 하는 것 같았다. 끈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싶어 끈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끈으로 작업을 한 지 15년 정도 됐다는 작가는 "끈을 그려나가면서 자가 치유가 됐고 평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가 작업에서 사용하는 끈은 전깃줄, 구릿줄, 면사 등으로 다양하다. 심지어 그에게는 고서(古書)도 끈이 된다. 고서를 횡으로 찢어 이어 붙인 뒤 사용한다.

그의 최근 작업은 기존의 작업 양식에서 벗어나 파편화된 끈들의 조합을 보이고 있다. 끈과 선이 이전보다 짧아진 것. 작가는 "예전 작업에는 끈과 선을 서로 이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인연이 다 이어져야 할 이유도 없고 짧게 맺어지는 인연도 많다는 생각으로 끈과 선을 짧게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작의 두드러진 특징은 구결문자를 참고해 만든 그만의 창의적인 조형 문자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영어 대문자 'T'자 두 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람 인(人)으로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는 신과 사람, 요철, 음과 양, 사람과 사람, 서로 기대고 있는 사람, 사람의 십자가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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