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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서 또 투견장 의심 시설 적발 '논란'…동물단체 현장 방문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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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구 수성구 가천동에서 발견된 개 사육시설에 갇혀 있던 개. 얼굴과 몸에서 상처로 보이는 흔적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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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이 내건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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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구 수성구 가천동의 한 개 사육시설 창고에 있던 주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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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치독팀이 제보받은 영상을 캡처한 사진. 한 남성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개 두 마리가 러닝머신을 달리고 있다. 캣치독팀 제공

대구 수성구에서 불법 투견 훈련장으로 의심되는 개 사육시설이 추가로 발견됐다. 지난 3일 수성구 매호동에서 비슷한 시설이 발견(영남일보 6월 6일 2면 보도)된 데 이어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20일 오전 9시쯤 동물보호단체 '캣치독팀'은 불법 개 사육시설이 있는 수성구 가천동의 한 토지를 방문했다.

캣치독팀은 최근 '맹견을 러닝머신 세 군데 위에 밧줄로 매달고 힘겹게 달리게 하는 모습을 봤다'는 시민 제보를 받고 자정이 넘은 시각 이곳을 찾았고, 실제로 이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시민이 촬영한 영상에는 러닝머신 두 대와 그 사이 닭 한 마리가 놓여 있고, 한 남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아지 두 마리가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가축사육제한구역인 현장엔 판넬로 만든 개집이 일정 간격을 두고 마련돼 있었고, 묶여 있던 개 여러 마리가 짖고 있었다. 철창도 있었는데, 이 안에 갇혀있던 갈색 핏불테리어의 얼굴과 몸집 여기저기엔 상처가 나 있었다. 뒤편에선 정체불명의 액체가 담긴 대형 솥과 종이상자와 망에 담긴 뼈다귀 더미가 발견됐다. 동물 가죽을 벗겨내 철사와 연결한 물체도 보였다. 제보자가 보고 신고했다는 러닝머신은 이미 치운 탓에 현장에서 찾을 수 없었다.

견사와 가까이 있는 창고는 '이중적인' 모습이었다. 개 사료와 동물에게 먹일 고기 등이 적지 않았지만, 동시에 거즈 등이 발견됐다. 냉장고 안에선 주사기 여러 개와 상처 치료제도 찾을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캣치독팀 관계자는 "개가 병들면 싸움에서 지니까 보통 이런 시설의 사육 환경이 나쁜 편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결국 개를 위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위탁한 개를 데리러 왔다'며 현장을 찾은 한 견주는 "객지에서 일하다 보니 강아지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맡겼다"라며 "너무 가둬놓으면 개 몸이 부을 수 있으니 운동을 시킨 모양이다"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개를 사랑하니까 사료도 최고급으로 샀고 고기도 주고 있다"며 "(발견된 뼈다귀 더미는) 돼지 뼈다. 돼지 뼈를 고아서 개들에게 나눠준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쟁도 벌어졌다. 견주는 '수동 러닝머신은 개 스스로 안 뛰고 싶다면 뛰지 않을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했지만, 동물단체 측은 '밧줄로 매달아 놔 강제적으로 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맞섰다.

이곳 주인도 급히 들러 "큰 개를 집에서 못 키우니까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한두 마리 씩 데려놓고 키우는 건데 왜 문제가 되나. 우리 애완견이다"라며 "문제 되는 건(러닝머신) 다 치웠다. 내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주사기는 개에게 쓰는 용도도 아니고, 상비약을 갖다 놓은 것일 뿐"이라며 "강아지에게 긁힌 상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에게 피부병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캣치독팀은 주인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캣치독팀은 지자체 책임을 묻기도 했다. 앞서 수성구청은 매호동 사육시설에서 발견된 맹견 등 21마리 개에 대해 '당장 학대를 당하는 긴급한 상황이 아니었고, 커다란 개들을 보호할 장소도 마땅히 없다'면서 긴급 구조를 하지 않았다. 이날 가천동에서 발견된 개 9마리도 현장에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 바로 보호할 수 있는 장소가 없고,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보내질 여건도 안 된다"며 "임시보호소 등 마련은 장기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성용 캣치독팀 총괄팀장은 "긴급격리조치가 필요한 피학대 동물을 데려갈 시설이 없어서 구조를 못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특히나 투견으로 길러지는 개는 사납기도 하고 물림 사고도 있을 수 있어 격리조치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에 제대로 된 보호시설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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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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