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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으로 또다시 고개든 차별과 혐오…전문가들 "올바른 정보 접해야 해"

2022-06-24 16:40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불확실한 정보로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또 다시 번지고 있다.

지난 22일 방역 당국이 원숭이두창 의심자 2명을 검사한 결과, 내국인 A씨가 양성으로 판정됐다. 질병관리청은 확진자가 30대 남성이며, 독일 입국자인 것을 제외하고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한 상태다.

일부 시민들은 지난 2년간 겪었던 코로나 19시대를 회상하면서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국채보상공원에서 만난 박모(53·대구 중구)씨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감소하는 와중에 원숭이두창에 걸려온 환자가 국내에 있다는 사실이 못내 불편하다"며 "코로나19도 '설마' 했다가 2년째 지속되고 있다. 원숭이두창도 감염병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백신 도입, 국가 봉쇄 등 확산 방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도 퍼지고 있다. 원숭이두창이 남성들의 동성애, 항문성교 등을 통해 퍼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여자는 걸리지 않는다거나 성소수자만 걸리는 병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는 것.

직장인 이모(여·25·대구 북구)씨는 "또다시 감염병이 생긴 것 같아 속상하지만,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확인해보니 여자 비율이 굉장히 낮았다. 일부 언론에서도 성소수자 중 남자들이 걸리는 것이라 들어서 크게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의 원숭이두창 확진자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졌다. 대구지역 주요 커뮤니티에서는 '확진자가 동성애자인지 밝혀야 한다' '이 시국에 해외를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 '퀴어축제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 등 성 소수자들을 향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특정 단체에 대한 무분별한 차별과 비난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심 환자들이 신고를 꺼리다 자칫 감염병 발견이 늦어져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고, '낙인효과'가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민들 역시 2020년 초 대구에서 일어난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혐오와 차별로 인한 아픔을 겪은 적 있다.

취업준비생 조모(28)씨는 "불과 2년 전, 신천지 교인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대구사회가 마비되자 '대구 코로나' '대구 방문 금지'라는 등의 혐오와 차별을 받았다. 대구시민으로서 너무 마음 아팠던 기억이다"라며 "교인들과 함께 대구시민들도 사회적인 비난을 받으니까 혹여 확진되기라도 하면 교인이라고 오해받을까봐 두려워 검사를 받기도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당시 '대구를 방문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등의 유언비어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민들을 조롱하지 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접한 성 소수자 단체 등은 특정 사례를 통한 일반화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원숭이두창이 성 소수자 간 성적 접촉 등으로 감염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최근 일반적인 신체접촉, 공기 감염도 일부 확인되고 있다. 특정 사례들로 인해 평소 사람들이 가진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과잉·증폭되면서 혐오와 차별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특정 집단에 대해 낙인찍고 이들을 향한 비하, 혐오, 차별, 실질적으로는 물리적 공격까지 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사회가 협력해 감염병 예방을 위한 자체 점검과 객관적인 정보를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특정 단체만 걸리는 병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시민들의 올바른 정보 획득을 당부했다.

김신우 경북대 교수(감염내과)는 "밀접 접촉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성관계다. 그렇기에 확진자 중 성 소수자 분포가 많더라도 단순히 성 소수자만이 병에 걸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원숭이두창은 감염병이기 때문에 특정 성별만 걸리진 않는다. SNS 등에서 퍼지고 있는 정보보다는 질병관리청 등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매체를 통해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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