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회원들이 지난 24일 구미시청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제공> |
장세용 구미시장이 지난 23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
"광장 명칭을 원안대로 '왕산광장'으로 바꾸고 왕산 허위 가문 동상을 광장에 설치하라."(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주민이 반대하는 곳에 설치해 독립운동가를 욕보일 이유가 무엇이 있느냐. 기념관을 지어서 모실 예정이다."(장세용 구미시장)
경북 구미지역 시민단체가 퇴임을 앞둔 장세용 구미시장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왕산 명칭 지우기 논란'이 재점화됐다.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는 지난 24일 구미시청에서 성명을 통해 "장세용 구미시장은 왕산허위선생 영전에 석고대죄 하고 떠나라"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당초 확장단지 산동물빛공원 내 광장·누각 명칭을 '왕산공원'과 '왕산루'로 하고, 이곳에 왕산 가문 동상을 설치하기로 돼 있었다"며 "하지만 장 시장이 취임 후 광장 명칭 변경과 동상 이전을 언급했고, 곧바로 산동주민협의회가 구미시와 수자원공사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광장과 누각 명칭이 '산동광장'과 '산동루'로 변경됐다. 동상도 5년째 경기도와 대전의 한 컨테이너에 방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구미지회는 "왕산 허위선생의 후손들은 지금도 물빛공원에 동상이 설치되길 바라고 있다"며 "다음 달 취임하는 신임 구미시장은 산동물빛공원에 동상을 설치하고 누각은 왕산루로, 광장은 왕산광장으로 명명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 시장은 "시장으로서 행정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23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원 조성 당시 주민들이 다 떠난 벌판이었다. 그곳에 살던 주민들 의견을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고, 이후에 주민들 항의가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시장은 "주민들의 항의는 일리가 있다고 본다. 주민 의견을 제대로 물어보고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래서 제시한 안이 임은동 왕산허위기념관 옆에 독립운동기념관을 지어서 모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동은 왕산 허위 선생의 고향으로 구미시는 2009년 이곳에 왕선허위선생기념관을 건립했다.
장 시장은 "임은동에 왕산허위기념관이 있는데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 곳을 활성화하고 여기저기 분산돼 있는 독립운동 시설물을 한 곳에 모아 기념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 옆에 독립운동기념관을 지으려고 한다. 현재 부지를 매입하고 있다. 이 사업은 후임 시장도 동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민들 반대를 무릎 쓰고 동상을 갖다 놓아서 (독립운동가를) 욕보일 이유가 없다"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논란은 지난 2019년 9월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와 구미경실련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산동읍 주민들이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민족문제연구소와 산동읍 주민 간의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당시 산동읍 주민들은 "산동물빛공원은 산동읍 주민들이 사용 주체다. 임은동에 이미 왕산기념관이 있는 만큼 그곳에 왕산 허위 선생의 동상을 설치해 그 분의 업적을 기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구미 출신 왕산 허위 선생의 가문은 3대에 걸쳐 14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조규덕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