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초 광산문학연구소 내에 진달래 꽃이 활짝핀 모습. <영양군 제공> |
![]() |
문학도들이 광산문학연구소에서 이문열의 직품세계를 연구하고 있다.<영양군 제공> |
광산문학연구소(경북 영양군 석보면 원리2리 두들마을)는 2001년 5월 12일 한국현대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문학도 양성을 위해 이문열 (74) 작가가 자신의 생가 인근에 설립한 곳이다. 경북도·영양군의 예산 지원과 함께 이 작가가 자비를 더해 설립한 연구소는 학사·강당·사랑채·서재·대청·식당·정자 등이 '□'자로 들어서 있다.
이 작가는 두들마을에서 태어나지는 않았다. 갓난아기 때인 1950년부터 햇수로 3년, 그리고 10대 시절인 1962년부터 햇수로 2년 등 짧은 시간 거주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 곳곳에서 비장하리만치 깊은 자부심으로 묘사되는 두들마을은 그에게 언제나 고향이었다. 이씨가 이곳에 거처를 마련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들마을은 재령 이씨 집성촌이다. 마을을 개척한 석계 이시명 선생은 1640년(인조 18년) 병자호란 이후 이곳으로 들어왔다. 선생의 부인 안동 장씨 장계향은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집필한 여중군자로, 이문열 작가의 소설 '선택'의 주인공이다.
석계 부부는 이곳에 터를 잡으며 도토리를 얻을 수 있는 상수리나무를 많이 심어 왜란·호란으로 궁핍해진 이웃에게 도토리 죽을 끓여 나누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이곳에는 수령 370년이 넘는 상수리나무가 50여 그루가 남아 있다. 광산연구소 동쪽에는 정부인 장씨 예절관·전시관이 있고, 남쪽에는 음식디미방 교육관·체험관 등도 있다.
두들마을은 그의 소설 '선택'의 직접적 배경 장소이며, '그해 겨울',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금시조', '황제를 위하여' 등 많은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의 역정이 펼쳐지던 무대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평소 광산문학연구소를 두고 "그냥 개인 창작실이고, 개인 서재이고, 후배를 위한 소설 사랑방 같은 공간"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문향의 고장'을 표방하는 영양군은 광산문학연구소에서 그동안 문학캠프,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학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 또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 생가(일원면 주실마을), 오일도 생가(영양읍 감천마을) 등과 함께 문학을 연계한 테마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이번 화재로 인한 아쉬움이 더욱 크다.
한편 경북도와 영양군은 광산문학연구소 인근에 2020년부터 기존 건물 리모델링 등 총 사업비 25억원을 들여 오는 9월 개관을 목표로 가칭 '이문열 문학관'을 건립 중이다. 문학관 개관 일정은 이번 화재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
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