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道를 돌려주세요]<5> '하중도'로 걸어서 가는 길
지난 4일 오후 2시쯤 한 시민이 대구 북구 신천대로 하부 하중도 통로박스의 보행로를 지나고 있다. 보행로 폭은 성인 여성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이동현 수습기자 |
지난 4일 오후 2시쯤 신천대로 하부에 있는 대구 북구 금호강 하중도 통로 박스. 한 시민이 아슬아슬하게 좁은 통로를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우산이 없는 이 시민은 지하 보행로로 급하게 진입했다. 지하차도 안에는 보행자용 50~80㎝ 가량의 좁은 통로는 한눈에 봐도 불안해 보인다. 덩치가 큰 차량이나 적재물건이 튀어나와 있으면 보행자 안전을 장담할 수 없을 듯 했다. 반대편에서 보행자가 마주 온다면 비켜서기도 힘든 공간이었다. 별도의 안전 펜스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대구 북구 하중도 통로 박스는 신천대로 하단부 노원로의 3공단(노원동)~노곡교(노곡동) 사이에 있다. 높이 3.3m, 왕복 2차로로 도로 폭은 7~8m로 좁다. 통로 길이는 약 50m이다. 걸어서 1~2분이다. 근처에는 대구 북구 8경 중 하나인 하중도(금호꽃섬)와 노원체육공원, 공원 주차장이 있으며, 3공단과도 가깝다. 보행자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노원체육공원 주차장 서편에는 차량 50여 대가 주차돼 있었는데, 이곳에 주차하고 지하 통로를 이용해 3공단으로 오가는 시민도 볼 수 있었다.
하중도 지하 통로를 두고는 주민 민원도 적지 않다. 인근 주민 박모(여·58·대구 북구 노원동)씨는 지난 2018년 하중도에서 운동하던 중 지하차도의 위험한 보행환경을 발견하고 주민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북구청은 당시 A씨에게 "해당 지하차도는 원칙적으로 보행자가 다닐 수 없는 통로"라며 "통행로가 있지만 내부 조명시설 공사 시 필요한 공간이다. 도보로 하중도로 갈 경우 원칙적으로는 팔달교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대구 북구 신천대로 하부 하중도 통로박스의 보행로 지하도 내부 모습. 이동현 수습기자 |
하중도 지하 통로에 인도 설치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은 신천대로 개통 당시 법규 탓으로 보인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신천대로는 1994년 상동교~팔달교 부분이 먼저 개통됐는데, 해당 지하차도도 신천대로 개통 당시 생긴 것으로 파악되지만 관련 법규엔 인도 설치에 관한 규정이 미흡했다. 보도 설치의 기준은 1999년이 돼서야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정으로 마련됐다.
북구청 관계자는 "규정상 도로 폭이 10m 이상이 되면 인도를 2m로 설치할 수 있는데, 해당 통로 박스는 도로 폭이 좁아 차 2대가 간신히 교행할 수 있어 보행로 확장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조사를 통해 인도 설치가 가능한 곳인지 여부를 파악해보겠다"고 해명했다.
비슷한 조건의 조야교 통로 박스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이곳은 2015년 주민제안 사업으로 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된 곳으로, 2016년 9~10월 대구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예산을 투입해 조명등을 정비하고 보행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환경을 개선했다. 현재 이 지하 통로에는 인도와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도로 구조를 뜯어고치는 방법이 있지만 예산 소요가 막대하고 공사도 어렵다는 등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한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하차도에 시내버스도 다니고 통행량이 많다면 양방향 통행이 필요한 경우라고 보인다"며 "보도를 양쪽에 설치하지 않고 한쪽으로 1m 이상 넓게 설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신진기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박스 자체가 이미 물리적 공간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새방로처럼 도로 선형을 변경하는 방법 외에는 획기적인 공간 개선책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존 보행통로에 펜스를 설치해 보행자를 보호하는 것이 차선책으로 보인다"고 했다.
도로 관리 주체인 대구 북구청 관계자는 "도로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옹벽 손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렵고, 안전 펜스의 경우도 일정 폭의 공간이 필요하다. 70~80㎝ 남짓한 공간이라 펜스를 설치하면 폭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며 "보행자 안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빠르게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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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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