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전 보관 혈액의 16분의 1 수준 불과
헌혈의집.헌혈차 축소 운영...혈액 수급 차질 우려
지난 10일 화재가 난 대구경북혈액원(대구 중구 달성동)은 이틀이 지난 12일 오후에도 화재의 여파로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다. 이남영 기자 |
지난 10일 화재가 난 대구경북혈액원(대구 중구 달성동) 인근 강당에 마련된 '임시 혈액 보관소'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남영 기자 |
12일 오후 3시쯤 대구 중구 대구경북혈액원. 화재가 발생(10일)한 지 사흘째가 됐지만 건물 곳곳에는 화재의 여파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외부부터 검게 그을려 있던 건물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탄 내가 자욱했고, 한 켠엔 검게 탄 집기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가장 훼손이 심한 1층 내부에는 냉장고·냉동고와 함께 집기류, 관련 서류 등 물건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2~4층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계속해서 사무실 내부를 환기하고, 화재 흔적을 지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불이 난 곳이 혈액을 보관하던 공간이어서 혈액 보관 및 수급 우려가 계속되자, 대구경북혈액원은 인근 임시 강당에 '임시 혈액 보관소'를 마련했다. 이곳에는 혈액을 보관하기 위한 냉동고 1대와 냉장고 2대가 비치됐고, 직원들의 임시 책상도 마련됐다.
대구경북혈액원은 "현재 임시 혈액 보관소에서 적혈구제제 490유닛, 수혈용혈장제제 150유닛 등 650여 유닛의 혈액이 보관돼 있다"며 "이는 대구지역에서 매일 필요로 하는 평균 혈액량(400~450유닛)보다 약간 많은 정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화재가 나기 전 보관하던 혈액량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이 나기 전 보관하고 있던 전체 혈액이 1만1천여 유닛(1인 헌혈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고작 1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혈소판제제의 관리에 필요한 교반기가 소실로 당분간 혈소판제제 보관과 수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당장 혈액을 보관할 곳이 마땅찮아 당분간 대구경북지역 헌혈의집, 헌혈차 등이 축소 운영된다.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오는 15일까지 대구경북 헌혈의집은 총 12곳 중 동성로센터, 포항센터, 구미센터, 안동센터 4곳만 운영하며 일반 단체, 학교 등에 나가던 헌혈차도 8대 중 1대만 운영하고 있다.
대구경북혈액원 측은 혈액 보관 장비 구비 등을 통해 대구경북에서 헌혈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다음 주쯤 혈소판제제 보관을 위한 교반기 2대가 구비될 예정이다. 임시 방편이기 때문에 현재까진 마련된 냉장고·냉동기와 교반기 외 추가 장비 설치 계획은 없다"며 "이번 주까지 헌혈 공급 등 추이를 살펴보고 협의를 통해 시설 추가 설치 등을 고려하려 한다. 혈액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난 11일 경찰과 소방, 한전 등 관계 당국의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당국은 건물 내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고 냉동·냉장기기가 많은 곳에서 불이 발생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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