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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김영복·이춘호 '한식 삼천리'] 민어(1) ...삼복 더위에 남도서 올라온 절정의 맛

2022-07-29

민어 최대 집결지 신안군 송도수협위판장
생선 직접 골라 먹을수 있는 어판장 회타운
식도락가들의 민어 요리 최대 소비처 목포
활민어보다 얼음 빙장한 숙성한 맛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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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진미를 '게미'라 한다면 게미의 대미를 장식하는 어종 중 하나가 바로 삼복 철, 지금이 제일 맛있을 때인 민어다. 민어는 겨울철 홍어, 그리고 병어, 조기, 황석어, 젓새우, 밤젓, 토하젓, 세발낙지, 꼬막 등을 거느리고 서해안 뻘물이 만들어 낸 남도의 맛의 방점을 찍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 신안군 지도읍 송도수협위판장이 전국 최대 민어 공급처이다.


민어(民魚). 너무 깊고 넓다. 그러면서 너무나 평범해 보인다. 잡초 같은 고기? 삼베·무명·모시 적삼 같은 질감이랄까. 웅장한 것 같은데 그 행간에 서러움 같은 뭔가가 숨어 있다. 한 세기 전 무서리에 녹아내린 배추밭 형용의 남도의 황톳빛 굶주림, 그 아사의 단말마와 비명이 저 민어의 이빨에 각인돼 있다. 삼복 철만 되면 바다 깊숙한 곳에서 어더덕~소리를 낸다. 어부들은 그 소리를 대나무로 만든 청음통을 통해 감지하며 그물을 푼다. 잡기가 어렵다. 감으로 잡는다. 표층에 모여 있는 고기가 아니다. 바다 밑바닥에 산다. 어군탐지기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다. 입질의 대가들은 고흥 나로도, 완도, 해남, 군산 등지에서 바닥까지 추를 내려 고패질로 민어를 유인한다.

무엇이 이 생선을 '백성의 물고기'로 만들었는가. 문어를 위해 접두어로 글월 '문(文)' 자를 넣은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감히 생선 주제에 백성 '민' 자라니. 민어에 얽힌 곡직한 사연을 알기 위해서는 이 삼복 철, 동·남해는 아니고 서·남해안권으로 가 봐야 한다.

가마솥더위가 본격화될 때 민어의 맛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미식가는 차를 몰고 목포로 가서 찜해 둔 민어 전문점으로 향한다. 홍어는 다소 전국구인데 아직 민어만은 목포가 최대 소비처. 민어가 상종가를 치면 영덕에서는 미주구리(물가자미)가 맞장구를 친다. 둘 다 자연산밖에 없다. 민어는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 전어가 맹위를 떨칠 때쯤 저 남양군도 쪽으로 남행해 버린다. 그래서 민어는 하절기 전령사, 그리고 겨울날에는 홍어, 그렇게 민어는 홍어와 짝을 이뤄 남도의 맛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한다. 그리고 둘은 방계에 몇몇 어종을 거느린다. 봄~여름의 젓새우·조기·병어, 가을의 꽃게, 그리고 세발낙지, 꼬막, 백합 등을 좌우에 거느리고 서해안 뻘물이 길어 올린 남도의 진미랄 수 있는 '게미'를 완성 시킨다. 타계한 남도의 시인, 송수권은 타지방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남도 '게미의 전도사'였다. 그건 갯벌의 기운에서 발원된다. 바로 젓갈의 곰삭은 맛인데 그걸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젓갈이 바로 황석어(강다리)·밤(전어내장)·토하(민물새우)젓이다. 그 맛은 이내 전라도 서편제 판소리와 육자배기, 그리고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과 같은 남도판 유행가까지 품는다. 그 연장에 남도 문인화의 맥이 발화한다. 그 맛을 눈높이로 받을 만한 고장은 전국에선 단연 제주도뿐이다. 식초와 된장을 베이스로 한 제주도 자리물회의 독특한 맛을 제주에서는 '베지근한 맛'이라 한다. 그건 감치는 맛도 아니고 대구식 얼큰함과도 차이가 난다.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할 수도 없다. 언어 이상의 맛이다. 유전자의 맛이다. 뭐랄까, 미국 뉴올리언스 흑인 블루스 뮤지션만의 음조를 다른 나라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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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입구에 세워진 민어 조형물.

초복을 하루 앞둔 금요일. 나는 부산의 식객 최원준 시인과 함께 민어 탐방에 나섰다. 본지에서 '바다 인문학'이란 제목의 기획연재를 한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의 안내를 받았다.

자색 양파 수확이 한창인 백련의 고향, 무안을 거쳐 연육교로 연결된 신안군 지도읍에 있는 대한민국 최대 민어 집결지인 송도수협위판장, 일제강점기 민어 파시가 섰던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주변,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민어 식도락가가 많이 포진한 목포의 민어 전문점 '용당골', 그리고 병어찜을 잘하는 '초원음식점' 등을 둘러봤다. 정오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위판은 다 끝나버렸다. 위판 중매사는 27명, 그들이 경매한 생선을 파는 가게는 24곳, 바로 어판장 2층에 자신이 찜한 민어를 먹을 수 있는 회타운이 있다. 진열된 민어 대다수는 서둘러 비늘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건조 방지용인 것 같았다. 수족관에 살아 있는 활민어도 있지만 꾼들은 빙장해 숙성한 선(선어)민어를 선호한다. 민어 붐이 불면서 관광객을 겨냥해 7년 전 위판장 옆에 회타운이 생겨났다. 위판장 초입에 병어 조형물, 그리고 인근 임자도에는 민어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권역에선 요즘 민어·병어를 제외하곤 다른 어종은 잡어로 분류될 정도다. 5월에 시작된 병어는 이제 끝물이다. 그 빈자리를 민어가 파고들었다. 전국 젓새우 어획량의 60%를 차지하는 임자도, 그중 한국 젓새우 1번지로 알려진 전장포, 곽재구 시인의 전장포 시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멀리 보니 영광·무안·신안·함평 4개 군이 사이좋게 스크럼을 짜고 있다. 이 해역이 바로 젓새우~민어~병어~조기의 고향. 하지만 기후 온난화로 인해 조기가 서둘러 증발해 버렸다. 법성포 옆 칠산바다에서 잡혔던 참조기는 제주 더 남쪽 바다에서 잡힌다. 우리는 민어 맛을 보기 위해 군침을 흘리면서 목포로 갔다.

대담=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원장·이춘호 음식전문기자
정리·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김영복·이춘호 '한식 삼천리'] 민어(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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