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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선 두려워 여름에도 긴옷 입는 '건선'

2022-08-02

만성 면역 매개성 질환으로 전염되진 않지만 10~20년 지속적 재발 이어져
최근 치료 환경 발전…유발인자 직접 차단하는 처방으로 완치급 호전 기대
중증 판상, 산정특례 질환에 포함…기준 부합 시 본인 부담금 10%로 줄어

주변 시선 두려워 여름에도 긴옷 입는 건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얼굴을 타고 내리는 지금과 같은 무더운 날씨에도 긴 팔, 긴 바지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중증 건선 환자'들이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중증 건선 환자들은 피부에 나타나는 붉은 발진과 두꺼운 각질 증상 때문에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나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탓에 무더위를 피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주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한여름에도 긴 팔, 긴 바지로 피부를 가리는 걸 선택하고 있다.

대한건선협회가 2019년 만 10세 이상의 건선 환자 64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환자들의 42%는 건선 환부 크기가 손바닥 3개 미만인 경증, 33%는 건선 환부 크기가 손바닥 3~10개 정도인 중등증, 25%는 환부 크기가 손바닥 10개 이상인 중증으로 분류됐다.

건선환자들이 현재 받고 있는 치료법으로는 바르는 약(연고제)이 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으로는 광선 치료(23%), 대체의학(21%), 생물학적 제제(19%), 먹는 약(16%) 순으로 나타났다.

◆주변의 낯선 시선이 더 아픈 '건선'

건선은 몸속 면역 시스템의 이상으로 인해 홍반, 염증성 판상, 은백색의 인설 등이 나타나는 만성 면역 매개성 질환이다. 특히 무릎, 팔꿈치와 같은 돌출 부위에서 잘 발생하고,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병변에 의한 고통은 심하지만 전염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한번 발병할 경우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까지 지속해서 반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런 탓에 일시적으로 좋아지더라도 평생 재발 가능성을 안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건선은 피부에 작은 좁쌀 같은 발진이 생기면서 그 위로 새하얀 비듬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만성 피부병이다. 좁쌀 같은 발진은 주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발진들과 서로 뭉쳐지거나 커지면서 주위로 퍼져 나가게 된다.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습진 등 다른 피부병과 비교하면 심하지 않은 편이다.

건선은 특징적인 피부 발진의 모양, 발병 부위 등을 바탕으로 진단하지만, 만성질환인 만큼 초기에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건선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매년 16만명선을 유지했고, 남성이 여성 보다 1.4배 이상 많았다.

이렇게 적지 않은 이들이 건선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단순한 질환보다 더 힘든 것 중 하나는 주변의 시선이다.

질환에 대한 사회의 이해도가 낮고 편견이 많아 환자들은 증상을 감추거나 아토피 등 다른 피부 질환을 앓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지난해 전 세계 31개국에서 중등도에서 중증의 건선 환자 8천300명가량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 조사 결과, 건선 환자들이 깨끗한 피부를 갖게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해변에서의 일광욕'이 꼽혔다. 수영하기, 포옹하기, 악수하기 등이 높은 빈도로 뒤를 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누릴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이 건선환자에게는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연구조사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대한건선협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진행한 설문조사(2019년)에서 건선환자 4명 중 1명가량은 "수영장과 찜질방 등 공중시설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그다음은 직장 및 학교생활에 어려움(21%), 대인관계에 어려움(20%) 등의 순이었다.

◆치료환경 개선으로 완치 가까운 호전 가능

최근 건선 질환과 치료법에 대한 연구와 경험이 축적되면서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중증 건선 환자들에게는 몸속 면역체계에서 인터루킨-17A와 같은 건선 유발인자를 직접 차단해주는 생물학적 제제를 처방해 효과를 빨리 나타낼 뿐만 아니라 완치에 가까운 호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두피나 손발톱, 손발바닥 건선 등 부위는 작지만 환자 삶에 끼치는 영향이 높고 치료가 까다로웠던 부위의 건선 치료에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치료환경이 발전하면서 건선 관절염과 같은 동반 질환을 미리 살피는 치료도 가능해졌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건선 환자 3명 중 1명에서 건선 관절염이 나타난다. 이런 건선 관절염은 손가락, 발가락 관절과 같이 작은 관절에서 시작해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관절 변형을 불러온다. 이런 이유 등으로 건선을 치료하는 피부과 전문의들은 건선 관절염을 늘 염두에 두고 환자를 살피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제도적인 변화도 있었다. 중증의 판상 건선이 산정특례 질환에 포함된 것. 오랜 기간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야 하는 건선 환자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치료비 부담을 낮춘 것이다. 전신치료, 광선치료 모두 각각 3개월 동안 받았음에도 체표면적의 10% 이상에 증상이 나타나는 등 세부 산정특례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는 치료비에 대한 본인 부담금이 10%로 줄어들었다.

재발이 쉬운 만큼 일상생활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건선이 발병한 경우라면, 수분 보충을 위해 평소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 또 과도한 음주의 경우 염증을 악화시키고 탈수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자제하는 게 좋고, 때를 미는 것과 같이 피부에 과도한 자극을 주는 행위도 주의해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김성애 교수(피부과)는 "건선 치료 환경은 최근 몇 년 사이 놀라울 정도로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치료 실패 경험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고 숨어 있는 건선 환자들이 아직 많다. 하지만 이제 건선 환자들도 제대로 치료받으면 얼마든지 깨끗한 피부를 되찾고 당당한 일상을 마주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건선을 감추거나 숨기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는 만큼 불안 대신 기대를 가지고 치료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김성애 계명대 동산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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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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