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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침표는 잘못이 없다

2022-08-17

[기고] 마침표는 잘못이 없다

휴대폰 단체 모임방에 알림이 떴다. 지인의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부고 아래에 조의를 표시하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라고 여러 명이 잇달아 적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곳이 독서토론회 모임이라 그런지 띄어쓰기를 잘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결같이 모든 단어를 붙여 놓았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떠돌던 누군가의 글이 이렇게 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돌아가신 분을 위한 조의를 전하는 문장은 끊김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더 나아가 마침표도 없어야 망자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바람직한 소통을 위해서는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경우 과연 제대로 쓰인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한글 맞춤법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국립국어원은 어떤 입장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다행히 질의응답 게시판에서 이러한 답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완결된 문장 형태를 갖추었으므로 끝에 온점을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한글 맞춤법의 문장 부호 규정에는 표어(꺼진 불도 다시 보자)나 표제어(압록강은 흐른다)의 경우에는 온점을 쓰지 않는 것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조의금 봉투나 근조 화환에 해당 문구를 쓰는 경우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와 같이 온점을 쓰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에 따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로 띄어 써야 합니다.>

앞에 '삼가'를 붙이려면 누구의 명복을 비는지 삼가 앞에 이름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홍길동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라는 식이다. 이 또한 잘못된 주장이다. '삼가'는 동사인 '삼가다'에서 파생된 부사로서 단어뿐만 아니라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왜 별다른 저항 없이 한글 맞춤법을 무시하는 이러한 견해에 다수가 동조할까? 이는 장례라는 특수한 여건에 영향을 받은 결과인 듯하다. 장례 예식처럼 조심스러운 상황은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예의에 어긋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심리 속에서 가짜 정보들이 자라난다. 이처럼 경황이 없을 때에는 감정이 흔들리고 판단력도 약해질 수 있다. 슬픈 감정에 좌우되는 이런 때일수록 미신적인 주장에 현혹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잘못된 주장도 나름의 의미가 부여되고 사람들 마음에 한번 자리 잡게 되면 좀처럼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소속 집단에서 대체로 받아들여지는 견해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모난 돌이 되는 것은 누구나 두렵다. 그러나 동의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고 거짓이 곧 진실이 될 수는 없다. 한글 맞춤법이 불변의 법칙은 아니지만 비합리적 견해에 의해서 쉽게 흔들릴 것도 아니다.

배태만(국민은행 경산 공단종합금융센터 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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