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범어3동의 정호승문학관(생활문화센터) 수성구청 제공 |
오는 11월 대구 수성구 범어3동에 시인 정호승의 문학이 깃든 '정호승 문학관'이 개관한다.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정호승 문학관(생활문화센터)'은 막바지 개관 준비에 한창이다. 옛 범어3동 행정복지센터 자리(수성구 들안로 403-1)에서 올 1월부터 리모델링 공사가 시행됐고, 지난 8월 12일 준공됐다. 수성구는 현재 진행 중인 콘텐츠 기획 용역을 10월까지 마무리 짓고 11월 초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31일 오후엔 정호승 시인이 참석한 가운데 콘텐츠 기획 용역 보고회를 진행, 전시 구성과 공간 연출, 전반적 콘셉트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 시인은 수성구 및 수성문화재단과 3자 간 업무 협약도 맺었다. 협약에는 정호승문학관은 정 시인의 작품을 주요 전시자료로 하며, 정 시인은 전시자료 기증에 협조한다는 점, 정 시인은 문학관 운영 활성화를 위해 전시자료를 수성문화재단에 '기증'한다는 점 등이 담겼다.
정호승 문학관(생활문화센터)은 예산 12억9천여만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454.76㎡)로 건립됐다. 문학관은 2층에 위치하며, 지하 1층은 다목적강당과 다용도실로, 1층은 마주침공간(독서쉼터)으로 꾸며졌다. 문학관에는 친필 자료와 유년시절 사진들, 수상 자료 등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인의 방', 영상·음악실 등도 마련됐다. 또 시민들이 시인이 유년 시절을 보낸 집 방향으로 뚫린 전면 창을 통해 범어천을 바라보며 사색하고, 시를 들을 수 있도록 조성했다.
정호승 문학관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게 됐다. 그간 정 시인이 경남 하동 출생이고 현존 시인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수성구는 지난 2017년 12월 정 시인을 주로 다루는 '수선화 문학관' 조성에 대한 용역을 실시했지만, 대구지역 문인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수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 문인들을 한 분씩 만나 설득 과정을 거쳤다"며 "정호승 시인은 수성구가 낳은 최고의 문인이다. 시인 자아의 형성이 대구 및 수성구 범어천에서 됐다는 점에서 이번 문학관 건립은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뜻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존작가의 이점을 살린 생생한 콘텐츠들로 꾸려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수성구 측은 시설 이름에 대해 고민해왔지만, '정 시인의 문학'이 주된 콘텐츠인 만큼, 최종적으로 '정호승 문학관'을 앞세우고 생활문화센터 이름도 병기하기로 결정했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정 시인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대구로 이사와 삼덕초, 계성중, 대륜고를 졸업할 때까지 범어천 일대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작품들을 통해 스스로 범어천 일대가 자신의 문학적 고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 시인은 "범어천은 유년과 청소년기의 숨결이 살아있는 내 문학적 모성의 공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계성중 재학 시절, 범어천을 소재로 쓴 첫 시 '자갈밭에서'는 시인의 꿈을 가진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범어천 일대에는 그의 대표작 '수선화에게' 시비, 스토리보드 등이 설치돼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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