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야외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작심 비판'한 것과 관련해 여권 내부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면서 대구경북(TK) 정치권을 겨냥한 비판에 나선 것과 관련해 TK 의원들 일부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 거리 야외 공연장에서 가진 기자회견 "지금 대구의 정치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라며 "세금에 허덕이고 고생할 국민을 위해 자기 이야기를 하던 정치인은 배신자로 몰고, 대구시민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정치인들은 오늘도 초선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전위대가 되어서 활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대구 정치인들이) 공천 한 번 받아보기 위해 불의에 귀부한다면 대구도 그들을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의 판단마저 무시하려드는 상황에서 그 앞줄에 선 대구 의원이 있다면 준엄하게 꾸짖어 주시라. 그리고 고쳐 쓰지 못한다면 바꿔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그들에게 심어달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에게 저격당한 대구지역 의원들은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홍석준(대구 달서구갑) 의원은 5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이 잘못한 게 있다면 이 전 대표 말대로 죽비를 들고 선거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라면서도 "다만, 이 전 대표가 착각하고 있는 게 대구시민들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당내 분란의 책임이 이 전 대표에게 있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이 전 대표가)이번 사안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기에는 시민들 (의견) 자체가 당이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고, 내홍의 책임이 이준석 전 대표에게 있다고 하는데, (대구 지역 의원들이) 뭘 하길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은) 크게 공감이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 전 대표가 하는 말의 강도나 그런 것들이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다. 지역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정서도 강한데, (이 전 대표가) 당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청년들의 지지도 강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전달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같은날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치적인 표현의 자유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 전 대표를 옹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번 자유를 강조했는데, 역설적으로 당에서 대표가 표현한 자유가 권력에 의해 축출되는 과정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 그런 것들을 (이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비판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곳(대구)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들이 작금의 사태에 대해 과감하게 목소리를 냈더라면 이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구에 계셨던 국회의원분들조차도 소신의 목소리를 낸다면 다음 공천에서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해서 수그리고 있는 모습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어 공감했다"고 했다.
김병욱(포항 남구-울릉)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 '대구 미래 선언'이라며 추켜세웠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은 여의도를 유령처럼 떠도는 반지성주의를 국가가 위기일 때마다 중심을 잡아온 대구가 앞장서 막아달라 내쳐달라 호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처음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을 받았을 때의 이준석은 그저 본인의 신상과 지위를 두고 주류 측과 다투는 일개 정치인에 불과했지만, 헌법과 민주주의마저 가소로이 짓밟는 우리 안의 반지성주의와 맨몸으로 싸우며 이준석은 지사(志士)가 되고 또 지도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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