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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주말&여행]전남 담양 관방제림, 그대와 걷고 싶다…강둑따라 이어진 420여 그루 아름드리 숲길

2022-09-30

1648년 부사 성이성 처음 조성 천연기념물 제366호
죽녹원·메타세쿼이아길과 이어져 인근 국수거리도 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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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 관방제림은 17세기 담양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쌓은 제방으로 수령 200년에서 300년 된 활엽수 42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토성 같은 제방이다. 제방 위에는 바위 같은 등짝과 신과 같은 가슴을 가진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숲은 아득히 먼 물줄기만큼이나 요원하다. 촉촉한 물 내음이 풍기는 흙길에는 나지막한 평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안전하고 평온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때때로 그 아늑한 공간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평상에 벌렁 드러누운 이는 거의 신선처럼 보인다. 자연과 인간의 우정으로 충만한 지대, 담양의 관방제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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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경기장 옆 제방 아래에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담양 지역의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로, 전국 공모를 통해 선정된 9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관에서 만든 제방 숲, 관방제림

담양의 북쪽 가마골 용소에서 영산강의 시원인 물줄기가 솟는다. 용소를 채우고 넘쳐흐른 물은 담양읍을 돌아 광주와 나주를 거쳐 바다로 간다. 담양 군내를 흐르는 영산강을 담양천이라 부른다. 옛날에는 홍수가 날 때마다 담양천이 범람해 천변의 집들을 덮쳤다고 한다. 조선 인조 때인 1648년, 담양 부사 성이성(成以性)은 제방을 쌓고 제방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나무를 심었다. 이후 철종 때인 1854년 부사 황종림(黃鍾林)이 관비를 투입해 제방과 숲을 다시 정비했고 그 뒤로 부임해 온 관리들도 개인의 재산을 털어 숲을 관리했다고 전한다. 관에서 만든 제방, 그래서 둑의 이름은 관방제(官防堤), 숲의 이름은 관방제림(官防堤林)이다.

관방제는 담양읍 남산리 동정(東亭)마을부터 천변리(川邊里)까지 약 2㎞를 말한다. 옛날에는 약 700여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고 전하는데, 현재는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벚나무, 이팝나무, 개서어나무, 갈참나무 등 15종의 낙엽 활엽수 42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나무의 나이는 200살에서 300살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1.2㎞ 구간 185그루의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되어 있고 나무 하나하나마다 고유 번호가 매겨져 보호, 관리되고 있다. 나무들은 아무리 꽉 껴안아도 온전히 안기지 않는다. 서운하다. 제방의 사면에 뿌리를 내려 온몸이 기울어진 나무들은 요지부동으로 보인다. 든든하다.

담양천 제방은 현재 수북면(水北面) 황금리(黃金里)를 거쳐 대전면(大田面) 강의리(講義里)까지 약 6㎞로 이어져 있다. 관방제림 산책은 보통 담양군청의 북쪽에 있는 향교교에서 동쪽으로 진행해 추성경기장 지나 남산리 동정마을까지 왕복코스가 일반적이지만 담양시장에서 추성경기장까지를 추천한다. 담양시장에서 향교교까지 제방길은 보다 동네 사람과 가깝다. 제방은 제방 곁에 딱 붙어살아 가는 사람들의 테라스고 마당이다. 거친 의자에 앉아 천을 바라보는 노인은 마치 안락의자에 몸을 파묻고 자신의 정원을 굽어보는 듯하다. 서늘하고 부드러운 바람을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시간과 자연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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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거리. 옛날 죽물시장이 성황을 이루던 시기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담양천변의 국숫집들이 거리를 이루어 지금도 성황이다.


◆국수거리에서 담빛예술창고까지

옛날에는 하천변을 따라 향교와 객사, 관가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역사는 향교교나 객사길과 같은 이름으로 남아 있다. 천변의 공터에는 수백 년 동안 죽물시장이나 우시장이 섰고, 씨름판이 벌어지고 놀이패가 판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죽공예품과 청죽(靑竹)이 거래되던 죽물시장이 이름 높았는데 전국 유일의 '대나무 오일장'이었다고 한다. 사람들로 북적였던 당시 서민들에게 싸고 편한 먹거리는 국수였다. 지금도 2일과 7일마다 오일장이 열리고 천변을 따라 난전이 이어지지만 우시장이나 죽물시장은 서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국수거리는 지금도 성황이다.

국수거리는 담양시장과 향교교 사이에 길게 늘어서 있다. 천이 내려다보이는 제방의 가장자리에는 느티나무 사이사이마다 테이블이 열 지어 있다. 국수거리는 멸치로 육수를 낸 물국수, 새콤달콤한 비빔국수 그리고 삶은 달걀로 유명하다. 식당마다 사용하는 면과 육수, 고명이 조금씩 달라 집집마다 독특한 맛이 있다. 가격은 4천원에서 6천500원 사이. 2개에 1천원인 일명 '약계란'은 멸치 국물, 댓잎 가루를 넣은 국물, 각종 한약재를 넣은 국물 등으로 삶아 내 소금 없이도 목메지 않는다. 식당에 따라 갓 구운 파전이나 돼지 육전을 내는 곳들도 많다.

국수거리의 끝, 향교교 앞에 '관방제림' 표지석이 서 있다. 다리 너머로 죽녹원의 푸른 대숲이 가깝다. 다리 아래로는 자전거 대여소가 한산하고 천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나란하다. 마차형 자전거를 탄 가족이 끙끙 천천히 달린다. 자전거를 탄 연인들은 언제나 영화다. 조금 가다 보면 제방 오른쪽으로 궁도장이 자리하고 다시 조금 더 가면 커다란 추성경기장이 나타난다.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생겨난 하천 유휴지를 일제 강점기 때 경기장으로 조성한 것이라 한다. 이후 천연 잔디를 깔고 육상 트랙을 갖추고 본부석과 스탠드를 설치해 종합 경기장으로 조성했다. 관방제림은 경기장의 남쪽을 감싸고 있는 자연 스탠드다.

경기장 옆 제방 아래에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면 멋진 건물 한 채가 나타난다. 담빛 예술창고다. 원래 10년 이상 방치되어 있던 미곡 창고를 전시실과 북 카페로 개조한 곳이다.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책들이 카페 중앙을 차지하고 대나무로 만든 파이프 오르간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정면으로 돌아나가자 붉은 벽돌 외관에 적힌 '남송창고'란 글자가 선명하다. 카페 앞에서 담양의 명물 메타세쿼이아길이 멀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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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읍내를 동에서 서로 관통하는 담양천. 왼쪽 가로수길 너머가 관방제림, 정면에 보이는 다리가 향교교다.


◆세 개의 숲은 이어진다

메타세쿼이아길은 관방제림이 끝나는 지점에서 연결된다. 향교교에서 메타세쿼이아길 까지는 약 1.6㎞ 거리다. 487그루의 굵고 높은 나무들이 숲 천정을 이루는 길. 1972년 담양, 순창 간 국도 42호선을 건설하면서 심었으니 비교적 짧은 역사지만 그에 비해 나무들의 덩치가 크다. 향교교에서 길을 건너면 죽녹원(竹綠苑)이다. 쭉쭉 뻗은 대나무가 빼곡한 숲을 이룬 대숲 정원이다.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길, 죽녹원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담양 수목길'이다. 전체 길은 담양 리조트까지 8.1㎞거리로 이어져 있다. 걷기가 부담스러우면 자전거를 타도 된다. 세 개의 숲을 이어 달리는 길은 안전하고, 평온하고, 후련하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대구에서 12번 88올림픽고속도로를 타고 담양IC에 내려 29번국도 담양읍 방향으로 직진한다. 죽녹원 이정표를 따르면 관방제림을 찾기 쉽다. 향교교 남단 관방제림 주차장이나 담양시장 근처에 주차하면 된다. 자전거 대여료는 1시간에 1인 자전거 1만원, 전동차 2만원이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는 담양군청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고 평일에는 담양읍사무소에서 무료로 빌릴 수 있다. 국수거리 지나 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에는 한우거리가 있고 향교교 주변으로는 담양의 대표 음식인 떡갈비와 대통밥 가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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