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정책 자금 대출 수혜 막는 주택도시기금 운영
지방銀, 주택청약종합저축 업무만 가능…대출상품은 취급 못해
대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월급 수령 및 점포 접근성 편의 등을 고려해 DGB대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저리의 전세자금을 대출 받을 목적으로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운영하는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알아보던 중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지역내 시민·사업자·기업 등 다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대구은행을 통해선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어서다.
지방은행은 주택도시기금 조성을 위한 '주택청약종합저축 업무(수신)'만 가능할 뿐 대출상품을 아예 취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중은행들 상당수가 독식하고 있는 주택도시기금 대출상품 취급기관으로 선정되기 위한 요건이 까다로와서다. 6일 지역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수탁기관은 일반 수탁기관과 주택청약종합저축 수탁기관으로 나뉜다.
2018년 4월부터 내년 3월 말까지 5년간 계약으로 정해진 일반 수탁기관은 우리은행(간사은행)과 국민·농협·기업·신한은행 등 총 5곳이다. 이들은 주택청약종합저축 수신 업무와 함께 국민주택채권, 수요자 대출 등의 업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주택청약종합저축 수탁기관인 하나은행과 지방은행인 대구·부산·경남은행은 주택청약종합저축 수신 업무만 가능할 뿐이다. 2018년 계약 당시 일반 수탁기관 자격요건은 △전국 17개 시·도 및 인구 50만명 이상 시(22곳)에 1개 이상 영업점 운영 △2016년 말 기준 자산총액 75조원 이상으로 제한됐다. 주 이용 고객이 지역에 한정돼 전국적으로 영업점을 운영하기 어려운 지방은행을 애시당초 제외시킨 셈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기금을 조성하는 수신 업무는 공통적으로 하지만 알짜배기 대출 업무는 시중은행 5곳에서만 수행하고 있다"며 "지역 점유비율이 높고 안정적 상품 운영이 가능한 지방은행의 역할을 확대해 접근성 개선 및 소비자 권익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택도시기금 대출은 수도권에 몰릴 수밖에 없다. 실제 2020년 말 잔액 기준 대출실적 현황을 보면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이 63.1%(11조9천86억원)를 차지했고, 대구·경북은 6.4%(1조2천220억원)에 그쳤다. 내년도 수탁은행 선정 평가기준 및 자격요건을 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현재 한창 진행 중이다. 대구은행 측은 "지역에 사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정부 정책자금 수혜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방은행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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