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장이 진흥원 운영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재공모 끝에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김정길 전 TBC 대구방송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그가 수장을 맡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대구문화재단·대구오페라하우스·대구관광재단·대구문화예술회관·대구콘서트하우스·대구미술관 등 총 6개 문화·예술·관광 관련 기관이 통합돼 이달 초 출범했다. 지역 문화계에선 각자 다른 분야 기관이 합쳐진 만큼 각 기관의 기능과 위상 저하를 우려하면서도, 개혁이 필요한 일부 기관에 대한 재정비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18일 김 원장을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사무실에서 만나 앞으로 진흥원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초기 1년 체계 무너뜨리기보다
기관 대표 중심 본부장 체제로
재정 건전성 살리는 지혜 수렴
시민참여 메세나 운동 펼칠 것
관장·본부장 공모는 엄정하게
계파인맥 등 풍문 불식시켜야
시립예술단 역량있는 우수단원
정년땐 촉탁직 신분 고용 적합
▶진흥원 조직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나.
"출범 초기 1년은 기존 조직 체계를 크게 무너뜨리기보다는 기관별 대표를 중심으로 본부장 체제로 구성하고, 내년 사업계획이나 연속성 있는 문화사업 등은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규모로 혁신경영의 기본방향을 다듬어가겠다. 수익이 중심이 되는 다른 시 산하 기관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수익 경영으로 예산을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불합리한 부분은 보완하고 시민의 문화 향유권을 높이면서 재정 건전성도 살리는 그런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다."
▶통폐합 기관 중 문화예술회관, 문화재단에서 수장을 맡았다. 그때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통합된 조직 운영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은 문화예술계 원로, 대구예총·대구민예총 등 지역 예술인단체와 지역 대학 예술학부 교수 등 다양한 문화 영역 인사들의 조언과 지원을 얻어내면 난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과거 수장으로 있을 때와 비교해 지역 문화계 변화가 큰데,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궁금하다.
"과거 문화재단은 대구시로부터 예산을 받아 규정과 공식 관행에 따라 나눠주는 형태의 경영구조가 중심이었다고 기억한다. 현재 재단 업무 보고 자료를 토대로 살펴본다면 재단 규모도 엄청나게 확장되었고, 문화예술계 역량 또한 새로운 장르를 포용해가며 다양한 편제를 짜서 수행되고 있는 것 같다. 구성원의 직무 역량도 그만큼 성장했으리라 믿어진다. 시에서 파견 근무를 오는 건 앞으로 해소되어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면 스스로 역량을 축적해야 할 것이고, 이를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각자 전문성 있는 기관이다 보니 제대로 된 통합이 가능한지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히 있다.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인 건 맞고, 우려도 이해하고 있다. 물리적 통합만으로는 시너지나 혁신의 효과가 저절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본다. 목표 공유는 하되 조직별 업무 특성이나 독립성이 깨지거나 축소·변형되지는 않아야 하고, 이를 유의하려고 한다. 다만 조직간 목표 공유를 전제한 운영을 해나가면 직무·부서 간 업무 효율성 등 부수적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8개 본부의 본부장 공모가 완료되면 구체적인 업무융합 방안을 정립해 실행해나가겠다."
▶문화재단 대표였을 당시 메세나 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한 계획은.
"향후 수년간 시 재정을 건전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이는데, 문화예술 분야 예산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문화예술재정의 건전성을 위한 메세나 활동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인구 18만인 스위스 바젤은 시 미술관에 피카소 작품을 사서 소장할 것인가에 대해 주민투표를 진행해 54%가 찬성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 없는 예산을 빚내가며 그림을 사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오늘날 아트 바젤은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성장했고, 프랑스의 피악(FIAC)을 능가하고 있다. 우리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예술사랑 캠페인'과 '메세나 운동'을 전개해 시민 20%의 참여만 끌어내도 가능한 일이다. 18만 바젤시민이 한 것을 대구시민이 못 할 것도 없다."
▶진흥원 운영 방향에 있어 향후 관장·본부장 인사도 중요하다는 게 대구 문화계의 의견이다.
"공모 절차의 요강 입안을 끝냈고, 조만간 공고가 될 예정이다. 공모를 엄정하게 하는 것은 칼날처럼 지킬 것이다. 업무 전문성을 기본으로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계에 '카르텔' '계파인맥'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비생산적 풍문을 잠재우고 불식하기 위해선 훌륭한 분들이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
▶시립예술단 위탁운영을 진흥원이 맡게 됐다. 어떤 식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인가.
"예술단이 성실하게 활동을 펼쳐나가고, 기량 향상을 치열하게 해나가도록 지원과 독려를 해나갈 것이다. 예술단 또한 스스로 자신들의 역량과 기량을 높이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전국에서 제일 우수한 예술단이라는 자긍심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수한 단원의 경우, 정년까지만 일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자원손실이다. 대신 무조건 정년을 늘리는 게 아니라 몇 차례에 걸친 고강도 오디션으로 충분히 기량을 검증해 보수를 약 80% 정도로 지급하는 촉탁직 신분으로 2~4년 정도 고용하는 등의 방법이 적합해 보인다."
▶진흥원이 예술인과 시민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예술인에게는 재정 확대,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 시민에게는 문화시설 접근성을 개선하고, 세계적인 예술·문화의 접촉 빈도를 높이는 등 문화 향유 기회를 늘려나가도록 하겠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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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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