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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스토리가 있는 청도 힐링 여행 .1] 운문면의 길 따라...청도8경 '공암풍벽' 품은 운문호반 에코트레일 사계절 내내 호젓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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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호반 에코트레일이 시작되는 청도군 운문면 공암리에는 청도 구룡산에서부터 흘러온 산자락 끝에 예부터 용의 머리라 불려온 반월형의 절벽이 있는데 그 용의 정수리에 공암이 있다. 가을날의 절벽을 '단풍나무가 벽을 이룬다'하여 풍벽(楓碧)이라 한다. 공암풍벽은 청도 8경 중 하나이자 운문의 승경으로 손꼽힌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햇살이 내리쬐는 청도의 길에서는 가을이 색색으로 무르익어 간다. 그리고 그 길에서는 도시에서 가지지 못했던 느긋함과 행복함, 힐링을 느낀다. 나뭇가지에 몇 개 남은 감을 쪼아 먹고 있는 까치를 보면서 농부의 나눔과 배려를 배우고, 운문사와 청도읍성을 지나면서 우리 문화의 여유로움을 느낀다. 청도는 가는 길마다 이야기가 쌓여 있고, 그 이야기들은 찾는 이를 웃게 한다. 영남일보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청도의 멋진 풍광들과 그곳을 찾아가는 길을 기획시리즈 '스토리가 있는 청도 힐링여행'을 통해 5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운문댐 완공후 새로운 명품길 탄생
왕복 2시간 2㎞ 거리 곳곳에 전망대

운문로 '신화랑길' 신화랑풍류마을
화랑정신·문화체험 프로그램 풍성
운곡정사서 본 운문호 풍광도 일품


길은 모든 걸음의 이력, 걷고 걸어 땅에 새긴 시간이다. 청도 운문면에는 구름의 문으로 가는 운문로가 있다. 운문로는 운문재를 넘어가는 길이다.

운문재는 문복산·가지산·운문산 등 해발 1천 m가 넘는 산들에 포위되어 있는 험준한 고개다. 그래서 지나가는 구름도 산허리를 넘지 못하고 웅성웅성 멈추어 구름문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 운문재라 했다. 오래전 그 길을 청도와 경산·대구의 소금을 전담하던 마바리들이 걸었다. 울산과 경주에서 해물을 지고 내륙인 고령과 창녕 방면으로 향하던 보부상들의 길이기도 했다.

많은 시간이 흘러 어떤 이력은 흐려지거나 잊혔지만 오래된 시간 위에 새로운 이력 또한 새겨지고 있다.

◆운문로의 신화랑길

운문면 소재지의 은행나무 가로수 길 끝자락에서 운문로가 시작된다. 운문댐 하류보를 바라보며 운문교를 건너면 새로운 길 하나가 샛길로 뻗어 있다. '신화랑길'이다. 2017년쯤 '신화랑풍류마을'이 조성되면서 마을 앞쪽으로 이어진 길에 명명된 이름이다. 청도는 화랑정신이 처음 발현된 곳이다. 세속오계를 탄생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삼국통일의 위업을 위한 화랑들의 수련이 이루어진 곳이 바로 운문산 일대였다. 신화랑풍류마을은 이러한 화랑정신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화랑정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조성한 복합문화관광 단지다. 이곳에서는 화랑정신이 흐르는 청도의 자연에서 몸 단련을 통해 내면의 변화를 일으킴과 동시에 마음 수련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해 이를 지속 가능케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화랑풍류마을은 화랑문화 고유의 정통성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신화랑 정신문화가 공존하는 힐링과 웰빙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랑정신기념관에서는 화랑의 정체성과 역사를 심도 있게 접할 수 있으며 또한 가상현실을 통해 승마와 궁술·검술 등을 게임형식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화랑오계관은 연수교육 및 수련활동을 위한 공간이다. 1층에는 명상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건강지수를 측정하고, 소리와 색채를 조합한 심리 진단과 치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화랑궁도장에서는 국궁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활도 준비돼 있으며 활을 잡는 법부터 명중시키는 방법까지 세세히 알려준다. 화랑수련장은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화랑도의 신체단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운문산 깃발꽂기·솥바위 건너기·육장군 동굴탐험·무적숲 미로·장군평 넘나들기 등 청도에 남아 있는 화랑들의 자취 어린 지명들을 이용한 다양한 어드벤처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행사를 위한 대강당과 다목적 연회장, 체류형 고객을 위한 숙박시설인 화랑촌과 카라반, 오토캠핑장 등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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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정사는 취죽당 김응명의 후손들이 살았던 경주김씨 종택으로 취죽당의 8세손인 운곡 김몽로의 생가라 한다. 운곡정사에서 바라보면 운문호는 아름답고 호수에 허리가 잠긴 개산 봉우리가 대문간 지붕 위에 올라 있다.

◆운곡지나 운문사길로

신화랑풍류마을에서 운문로를 따라가면 이내 길옆으로 운문호가 펼쳐진다. 이제 운문로는 봄날의 벚꽃으로 이름난 운문호 드라이브 길이 된다. 가을 벚나무 단풍이 스산히 아름다운 길이기도 하다. 이 길가 언덕진 자리에 운곡(雲谷)이라는 정사(精舍)가 있다. 정사는 학문을 가르치고 정신을 수양하는 집이다. 운곡정사는 취죽당(翠竹堂) 김응명(金應鳴)의 후손들이 살았던 경주김씨 종택으로 취죽당의 8세손인 운곡(雲谷) 김몽로(金夢魯)의 생가라 한다. 사랑채 상량문에 1695년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으니 역사가 오래된 집이다. 운곡정사 옆에는 취죽당을 모시는 재실인 원모재(遠慕齋)가 있다.

운곡정사와 원모재는 원래 운문댐 수몰지인 운문면 순지리에 있었던 것을 1993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 지었다고 한다. 운곡정사에서 바라보면 운문호는 환히 아름답고 호수에 허리가 잠긴 개산 봉우리가 대문간 지붕 위에 올라 있다. 운곡정사 아래에는 호수를 바라보는 작은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고 여인의 얼굴을 형상화한 미술 작품이 '봄 사랑'이라는 글귀와 함께 설치되어 있다. 반듯한 이마에 꽃을 피워 올린 여인의 옆모습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운문호의 포토존이다.

운문로는 신원리에 이르러 다시 샛길 하나를 내어준다. 천년고찰 운문사로 향하는 '운문사길'이다. 들목의 청청하고 장대한 솔숲을 지나면 운문사가 펼쳐진다. 평평하고 너른 대지 위에 수십 채 기와집이 들어앉았다. 운문사는 진흥왕 21년인 560년에 한 도승이 대작갑사(大鵲岬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한다. 신라 말에는 승려 보양(寶壤)이 중창하고 작갑사(鵲岬寺)라 하였다. 이후 고려 건국의 과정에서 보양 스님의 도움을 받은 적 있는 왕건이 937년에 보은의 뜻을 담아 토지 500결(結)과 '운문선사(雲門禪寺)'라는 사명(寺名)을 내렸다. 그로부터 이어져 온 운문사는 오늘날 한국 최대의 비구니 도량이다. 17세기의 문인 이중경(李重慶)이 운문산을 유람할 때 한 스님께 운문 가는 길을 물었다고 한다. 스님은 '지팡이 들어 아득히 먼 길 가리키며, 흰 구름 깊은 곳에 절이 있다'고 했다. 운문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를 올려다본다. 저 천야만야한 산봉 가운데 가을 깊은 운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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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정신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화랑정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조성한 복합문화관광단지인 청도 신화랑풍류마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힐링과 웰빙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문호반 에코트레일

운문호는 1996년 4월13일 운문댐이 완공되면서 생겨났다. 그때, 청도군 운문면 일대의 일곱 개 행정 구역이 수몰되었다. 호수는 운문의 많은 마을과 길들을 삼켰지만 그 물가에는 새로운 길도 생겼다. 운문호반 에코트레일이다. 출발은 청도에서 경주로 가는 길목인 운문면 공암리다. 공암(孔巖)은 구멍 난 바위라는 뜻이다. 청도 구룡산에서부터 흘러온 산자락 끝에 예부터 용의 머리라 불려온 반월형의 절벽이 있는데 그 용의 정수리에 공암이 있다. 가을날의 절벽을 '단풍나무가 벽을 이룬다'하여 풍벽(楓碧)이라 하고 여름날의 절벽을 '푸른 벽'이라 하여 창벽(蒼壁)이라 하는데 특히 공암풍벽은 청도 8경 중 하나이자 운문의 승경으로 손꼽힌다. 운문호반 에코트레일은 공암풍벽을 향해 나아가는 청도의 명품 길로 어느 계절이나 최고의 호젓함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공암길 따라 공암리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마을회관 앞에 트레일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약 2㎞ 거리로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20세기 초반 백운거사(白雲居士) 윤현기(尹玄基)라는 이의 정자로 알려져 있는 거연정(居然亭)을 지난다. 마을을 알리는 집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즈음 운문호의 가장자리를 따라 데크길이 시작된다. 첫 번째 전망데크를 지나고 두 번째 전망데크에 다다르면 낙석을 주의하라는 석벽에 '풍호대(風乎臺)' 각자가 뚜렷하다. 좌측에 시문(詩文)이 있으나 흐리다. 백운거사의 흔적이다. 이어지는 숲길을 걷다 보면 세 번째 데크인 직벽전망대가 나온다. 다시 숲길을 따라 걸어가면 코스 종착지이자 반환점인 공암풍벽 휴게데크에 닿는다. 바닥까지 뚫려 있다는 공암이 까맣게 입을 벌리고 있다.

운문호가 생기면서 공암풍벽은 접근이 차단되었다가 데크길을 놓으면서 다시 개방되었다. 아주 옛날에는 산자락을 따라 실오라기 같은 길이 나 있었다고 한다. 이중경은 '유운문산록(遊雲門山錄)'에서 '길이 바위틈으로 가로질러 통하는데 틈의 깊이는 백 척이나 되고 또 백보 정도 뻗쳤는데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밀양과 청도로부터 경주까지 귀하신 분들이 이곳을 경유한다. 동남쪽은 기이한 골짜기가 층층이 겹쳐있고 구름과 안개가 서로 섞이며 서북쪽도 그러하다'고 썼다. 주세붕(周世鵬)·류진(柳袗)·김극일(金克一)·손기양(孫起陽)·조정(趙靖)·조긍섭(曺兢燮) 등 많은 이들이 이곳을 그리는 각자와 시를 남겼다. 운문호반 에코트레일은 그들의 걸음이 새겨진 실오라기 같은 길과 물에 잠긴 오래된 마을길이 만들어낸 운문의 새로운 길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한국지명유래집(경상편),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 2015.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청도문화대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공동기획:청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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