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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아픔을 위로하는 자세

2022-11-23

타인의 불행 위안 삼는 심리
불행은 예고도 없이 찾아와
큰 아픔 온전한 이해 불가능
섣부른 위로는 오히려 상처
어떤 위로는 침묵만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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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살로메 소설가

"모든 불행과 괴로움에서 위안을 얻으려면 자신보다 더 비참한 사람을 보면 된다. 건강한 사람이 비참하다고 느낄 때는 병원의 중환자실을 찾아가 보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위치에 있는가를 깨닫고 큰 위안을 받을 수 있다."

독서회에서 활용할 쇼펜하우어의 잠언집을 정리하다가 만난 문구이다. 철학자 이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저런 의미를 지닌 문구들을 접할 때가 있다.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고 살면 맘이 편하다는 뜻이겠지만, 언젠가부터 저런 맥락의 말들 앞에서는 어깃장을 놓게 된다. 보기에 따라 은근한 폭력성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타자의 아픔이 내 불행에 위로를 준다니 얼마나 잔인한가. 무죄한 타자의 괴로움 앞에서 내 불행의 돌파구를 찾으라니 얼마나 이기적인가.

위의 경구에서 나아가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개념을 만나게 된다. 독일어로 손해를 뜻하는 '샤덴'과 기쁨이라는 의미의 '프로이데'를 합성한 말로, 타인의 불행에서 기쁨이나 위안을 얻는 것을 일컫는다. 심청이를 대하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이 쇼펜하우어 잠언의 경우라면, 모차르트의 실수를 바라보는 살리에리의 심정이 샤덴프로이데의 예라 할 수 있을까. 비교 우위에서 느끼는 감정과, 비교 우위 대상에게 느끼는 심정 차이 정도로 둘은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를 풍기기는 한다. 하지만 나의 행불행을 타자를 통해 바라보고자 한 점에서 큰 흐름은 같다.

쇼펜하우어의 충고든 샤덴프로이데 개념이든 그 기본 정서에는 '내가 당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마음이 깔려 있다. 그만큼 인간 속성은 나 위주에다 폭력적인 데가 있다. 인간 존재는 독립적인 존재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비교 대상으로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런 생각에 이르니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고 느끼는 기쁨'을 뜻하는 '무디타(mudita)'라는 개념 역시 미덥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무디타는 샤덴프로이데의 반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의 개념을 우뚝 선 단독자가 아닌, 타자와 연결해서 생각하려는 의미에서는 샤덴프로이데만큼 무겁게 다가온다.

타자의 기쁨에서 내 행복을 느껴라, 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적어도 내 불행이 없어야 하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필부필부인 우리네 삶에서 나의 불행을 극복하는 것보다, 타자의 행복을 먼저 기원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생활에서 타자의 기쁨이, 내 행복을 뺏어가지도 않거니와 내 불행을 덧쌓게 하지도 않는다. 내 불행을 타자에게 씌우지 않듯이 내 행복 역시 타자의 불행으로부터 오지는 않는다. 나와 타자, 나와 세계와의 거리 두기가 확립될 때 진정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예고 없는 불행이 닥치기도 한다. 지난여름 수해와 얼마 전의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위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섣부른 위로는 바윗덩이 하나를 보태는 격이라고 당사자들이 말했다. 그만하길 다행이야, 라는 말조차 감당하기 힘들다고 했다. 아파서 아프다는데, 내 안위만 전하는 가벼운 위로를 일삼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누군가의 큰 아픔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겪지 않은 타자가 그 고통의 깊이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참척의 슬픔을 당한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의 방식은 그리 많지 않다. 명단 공개 논쟁 같은 것으로 유족들을 욕되게 하지 말자. 누군가를 위로하는 그 자세에, 조금이라도 삿된 그 무엇이 실릴 낌새가 묻어난다면 한 호흡 쉬어가자. 어떤 위로는 침묵보다 못할 때가 있다.
김살로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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