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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1] 새롭게 떠오르는 약용작물 '단삼'…자연 그대로 키워내 약효 탁월…국내 단삼 주산지로 '우뚝'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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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 샘물농장 단삼밭 전경. 영양은 서늘한 기후와 적당한 강수량 등 단삼이 자라는데 최적지로 꼽힌다. 단삼 뿌리는 차·주스·영양밥·샐러드 등 각종 음식과 화장품 원료로 쓰이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단삼(丹蔘). 효능이 산삼에 버금간다고 해서 인삼·현삼·만삼·사삼과 함께 오삼(五蔘)으로 불리는 약초다. 심장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생약재로 쓰이고,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없애는 등 혈관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거의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하다 최근 들어 국내산 단삼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상업적 재배가 본격화되면서다. 단삼은 서늘한 기후에 강수량이 적은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국내에선 경북과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한다. 특히 영양은 단삼 재배에 적합한 기후·토양 조건을 갖춰 국내 주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일월산 자락에서 자연 그대로 키워내 약효는 뛰어나고 잔류 농약 걱정도 없다. '농업으로 행복한 영양' 11편에서는 영양의 새로운 소득 작물로 주목받는 단삼을 소개한다.

단삼 대량재배 전국 첫 성공 정구식씨
해발고도 330m 6천평대 무농약 재배
전량수입하던 단삼 국내유통에 도움
최근 수요 많아져 시기 앞당겨 수확

단삼은 심장·혈액순환 돕는 생약재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 있어 주목
음식·화장품 원료로도 쓰이며 각광

◆일월산 자락서 자라는 약용작물

지난 11일 찾은 경북 영양군 일월면 도곡리 샘물농장 입구. 저 멀리 일월산(해발 1천219m) 정상이 시야에 들어왔다. 농장 안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식물 뿌리의 흙을 제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흙을 털어낸 뿌리는 붉은색을 띤다. 한약재로 쓰이는 단삼이다. 작업장 한쪽에는 수확한 단삼이 수북이 쌓여있고, 플라스틱 상자에는 작업을 끝낸 단삼이 가득했다.

"단삼은 보통 3~4월에 심어서 1년 뒤에 수확하고 다시 심는 것을 반복합니다. 최근 들어 수요가 많아져서 예년보다 일찍 단삼을 수확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단삼을 더 많이 재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샘물농장을 운영하는 정구식(61)씨가 밭에서 자라는 단삼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의 농장은 해발고도 330m 지점에 위치한다. 규모만 2㏊(6천평)에 이른다. 정씨는 전국에서 최초로 단삼 대량 재배에 성공한 농민이다.

8대째 영양에서 사는 토박이인 그는 7남매 중 장남으로 어릴 적부터 농사일을 도우며 자랐다. 잠시 도시로 나갔던 적도 있지만 이내 돌아와 농사를 시작했다. 부모로부터 땅을 물려받아 수박·고추를 키운 것. 그러다 그는 2010년 갑자기 단삼 재배에 나섰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에서 쓴 단삼 관련 글을 읽은 것이 계기였다. 앞으로 건강이 중요한 시대가 되면 단삼이 '효자 작물'이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같은 마을 주민 한 명과 함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에서 종자를 얻어와 단삼 재배를 시작했다. 영양에서는 처음이었다.

이후 그는 도곡리 주민을 중심으로 친환경작목반도 꾸렸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단삼 재배 농가 조직이었다.

"단삼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면서 가뭄에 강해요. 대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안 되고 토양은 진흙땅이 나은 것 같아요. 영양의 기후와 땅이 단삼 재배에 딱 들어맞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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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을 띠는 단삼 뿌리는 혈액 흐름을 촉진하고 새로운 혈액을 생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정씨는 단삼 가공 시설도 하나둘씩 갖춰나갔다. 수확한 단삼을 세척·건조·절단하는 장비를 모두 갖고 있다. 그가 생산하는 단삼은 전국 한약재가 모이는 서울 경동시장에 팔거나 프랑스에 수출하기도 한다. 건강식품회사나 화장품회사에도 납품한다. 판로가 안정적이다 보니 다른 농가에서 단삼을 팔아달라고 할 정도다.

단삼은 장점이 많은 작물이다. 우선 같은 약용작물인 천궁에 비해 병해충에 강해 무농약 재배가 쉬운 편이다. 재배 과정에서 노동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인건비 등 생산비가 적게 든다. 시장에서 단삼 가격 편차도 적은 편이라 가격도 안정적이다.

실제 정씨는 단삼을 무농약으로 재배한다. 그가 단삼 재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도 무농약 재배가 수월한 약용작물이라는 점이었다.

"농약은 소비자 건강뿐만 아니라 농부 건강에도 좋지 않아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 농사를 도왔던 터라 농약이 얼마나 나쁜지 잘 압니다. 단삼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 생산비가 적게 들어 더 좋은 것 같아요."

정씨는 아내 김영남씨와 함께 2017년 8월 농협중앙회로부터 '이달의 새농민상'을 받기도 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단삼을 국내 최초로 대량 재배에 성공한 점을 인정받았다.

◆국내 단삼 주산지로 떠오르는 영양

단삼은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적삼(赤參), 홍근(紅根) 등으로도 불린다. 단삼은 오삼(인삼·현삼·단삼·만삼·사삼)에 속하는 약초로 한의학에서는 말린 뿌리를 심장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생약재로 사용해 왔다. 주요 약효 성분으로는 혈액순환을 돕는 살비아놀산 B(Salvianolic acid B)와 탄쉬논 IIA(Tanshinone IIA) 등이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단삼 대량 재배에 성공한 정구식씨가 자신의 밭에서 단삼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단삼의 뿌리 추출물은 혈전(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을 없애고, 혈액 순환을 돕는다. 심혈관 질환 치료에도 사용되며,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특히 여성에게는 생리불순이나 산후복통 등 부인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삼 추출물이 뼈를 파괴하는 파골세포의 형성을 막고, 골 형성을 촉진해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단삼은 중산간지의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다. 재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은 해발 500m 안팎의 산 구릉지이며 연평균 기온 17℃, 연간 강우량 900~1천㎜인 곳이다. 단삼은 비교적 추위에 잘 견디고 기후 적응성도 좋아 재배 분포가 넓은 편이다. 단삼의 뿌리는 60~80㎝의 깊이까지 자랄 수 있어 토양층이 깊고 부드러운 사질 양토가 생장에 가장 유리하다.

영양은 이런 면에서 단삼 재배 적지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해발고도가 경북에서 가장 높은 데다 서늘한 기후와 적당한 강수량 등 단삼이 자라는데 유리한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단삼은 경북과 강원 산간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까지 국내에서 유통된 단삼은 대부분이 중국산이었다. 국내에선 대량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2010년대 들어서야 중국산 단삼의 안정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상업적 재배가 시작됐다.

현재 국내에서 단삼은 경북 영양·전남 곡성·강원도 철원·충남 청양·전북 고창 등지에서 일부 재배되고 있는데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 영양이다. 일월산 자락에서만 매년 3~6t가량의 단삼이 생산된다.

단삼 뿌리는 차·주스·영양밥·샐러드 등 각종 음식과 화장품 원료로 쓰이며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2016년 '다산', 2018년 '고산' 등 국내 육성 품종을 잇달아 개발해 보급하는 등 단삼 국산화에 힘쓰고 있다.

영양군도 천궁을 대체할 작물로 단삼을 주목하고 있다. 천궁의 경우 오랜 기간 연작해 생산량은 줄고 병해충 피해는 커지고 있다. 이에 영양군은 농가 소득원 다변화 차원에서 단삼의 대량 생산 기반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공동기획: 영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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