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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사람으로 북적거렸을 새벽이지만, 지금은 몇몇 부지런한 가게와 아침 일찍부터 물건을 받는 소수 점포만이 불을 밝히고 있다. 첫차가 다니기에도 이른 시간, 새벽시장을 깨우는 것은 부지런한 사람의 몫이다.
이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의 고단함이 느껴지는 큰 장의 초입에는 곳곳마다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다. 상인들은 환하게 길을 밝히는 가로등이나 밝은 조명보다는 따뜻한 온기를 품은 모닥불 빛에 의지하며 하루 장사할 물건을 다듬는다. 요란히 하루를 시작하기보다 마치 잠든 이가 깰까 조용히 숨죽이며 어른거리는 불빛에 의지하는 듯도 하다.
가스스토브와 전기난로 등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음에도 겨울철 새벽시장 상인들은 모닥불을 피운다. 어쩌면 새벽 공기의 상쾌함 속에 섞인 구수한 장작 타는 냄새가 겨울을 알리는 이들만의 의식이 아닐까. 혹은 이른 새벽, 발걸음 드문 여기에 아직 삶이 있다고 알리는 봉화는 아닐까.
글·사진=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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