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민선 8기 대구시 주요 현안 사업의 운명이 엇갈렸다. 용역 관련 예산이 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속도를 내게 된 사업이 있는가 하면, 설계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추진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사업도 있다.
우선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의 경우, 이전 기본계획 수립 관련 예산이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가까스로 통과하면서 이전 작업 구체화를 위한 큰 관문을 넘어섰다.
14일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기본계획 수립 등을 위한 용역 예산(1억9천700만원 상당)이 대구시의회 예결특위를 통과했다. 당초 해당 예산은 전액 삭감이 됐으나, 13일 오후 늦게 예결위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도매시장과 관련해 대구시는 지난 11일 "전문용역기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의 기본방향은 이전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최근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유통공사' 체제 전환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0월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대형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한 이후 유통공사 전환에 관한 의견이 내부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대구시 측의 설명이다.
34년 전인 1988년 개장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비효율적인 건물 배치와 공간 포화, 건물 안전성 등을 이유로 2005년부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2013년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방안 계획수립' 용역을 토대로 이전 후보지를 정하고 적합한 장소를 물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2015년 재건축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2018년 시설현대화사업을 확정했다. 이어 민선 8기 홍준표 시장은 농수산물도매시장 외곽 이전을 공약했다.
반면, 대구시의 또 다른 현안 사업인 대구시 신청사 건립 사업은 대구시의회에서 신청사 설계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민선 8기 대구시의 추진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지게 됐다. 시의회 예결특위는 신청사 설계 공모비 130억4천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앞서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신청사 설계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설계 공모를 한 뒤 2025년 착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대구시의 신청사 이전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구시 일각에서는 "예산 전액 삭감은 결국 신청사 설계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구시는 내년 3~4월 설계 공모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홍 시장이 신청사 건립 관련 부서에 "설계 공모에 속도를 좀 냈으면 한다"는 의중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청사 건립 방식(부지 일부 매각 등)에 대해 반대하는 시의원도 있어서, 서로 간 의견 차이를 좁히기가 힘들었고 결국 설계 공모를 위한 예산 전액이 삭감된 것으로 안다"며 "내년 본예산에 반영이 안 됐으니 다른 방안을 강구해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쉽지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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