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각서에도 반환 불발
개인회생 신청에 피해자들 ‘분통’
“대구시·동구청 대책 마련해야” 주장

오전 11시 대구 동구청 앞에서 효목동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이 수억원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지자체의 대응을 촉구했다. 전세사기대책위 제공.
대구 동구 효목동 한 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지자체를 상대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피해 세입자는 총 6가구, 피해액은 2억9천만원이다.
피해자들은 25일 오전 11시쯤 대구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각서를 써주고도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해 사실상 책임을 피하고 있다"며 "개인회생제도가 보증금 미반환 문제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선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날 세입자들에 따르면 일부는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경매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회수 가능한 금액이 없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다.
피해자 김모(35)씨의 경우, 2020년 모은 3천만원에 청년전세자금대출 1억원을 합쳐 보증금 1억3천만원으로 전세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계약이 끝난 뒤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결국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며 "법원 판결문까지 받았지만 집주인은 회생절차를 통해 책임을 회피했다. 돈은 한 푼도 돌아오지 않았고, 결혼준비와 미래까지 산산조각났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8천500만원에 전세계약을 했지만 만기 후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며 "피 같은 돈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 측은 "보증금 미반환으로 세입자들이 주거불안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구시와 동구청이 예방조치와 조례 제정, 예산 확보 등 선제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며 "세입자들이 침묵 속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구 동부경찰서는 이들 피해자들이 이달 초쯤 제출한 고소장을 토대로 사기 혐의 성립 여부를 파악중이다.

박영민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