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외치는 청년 세대
지방청년은 이중의 박탈감
서열화 멈추고 다양성 존중
시행착오 통해 성장하도록
여유 갖는 성숙한 사회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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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진 (대구대 총장) |
대학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요즘 부쩍 강조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지금 우리 청년 세대는 한반도에서 인간이 터전을 잡은 이래 가장 잘 사는 세대다. 현재 우리는 역사상 드물게 중국, 일본 등 인접 국가를 뛰어넘는 발전을 이룩하였고 여러 면에서 앞서가는 국제적으로 자랑할 만한 선진국이다. 우리 청년 학생들은 가난을 모르고 자란 풍요롭고 축복받은 세대이다. 이런 말들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학생들은 그다지 반기지도 않고 선뜻 수긍하지도 않는다.
어른 세대가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선진국 대한민국을 청년 세대는 꼰대들의 자기 자랑쯤으로 치부하면서 현실을 오히려 헬조선이라 서슴없이 표현하고 탈조선을 꿈꾸며 금수저 흙수저니 하면서 빈곤과 박탈감을 앞세워 말한다. 지난 반세기 이상 사회 발전을 견인해 온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이런 목소리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행복해지지 않는다거나 사회가 발전하더라도 불평등은 어디서나 항상 존재한다는 등의 논리는 청년 세대가 전혀 납득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말하는 요지는 분명하다. 지금 청년들에게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기성세대는 사회 발전과 함께 각자 노력하여 자산을 축적하고 사회적 성공도 이룰 수 있었지만 지금 청년들에게는 개인의 발전 전망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이미 심각해진 구조적 격차와 불평등을 청년들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재벌의 아들일 수 없다. 누구라도 하고자 하면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고 노력하면 상응하는 보상이 정당하게 주어지는 그런 사회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지방의 청년들은 한층 심한 이중의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으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엄청난 상실감을 느낀다. 사람, 일자리, 문화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서울은 터져나갈 지경인데 지방은 소멸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가가 어디에서 살든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해도 정작 지방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은 믿지 않는다. 지역마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이 정주할 여건을 마련해 준다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지방 청년들은 기회만 되면 서울로 달려가고 있다.
대학에서 청년 세대의 교육을 맡은 교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물질적 풍요가 최우선 가치가 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 청년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눈에 띄는 세속적 성공과 물질적 풍요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믿고 있지만 우리 청년 학생들에게 그렇게 힘주어 말하지도 않고 감히 그럴 자신도 없다. 모든 초중등학교와 대학을 획일적 기준으로 서열화하여 평가하고 어려서부터 모든 학생의 가치를 학업 성취로만 평가하면서 다양성을 말살해 온 주역이 바로 우리 기성세대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청년 학생들에게 시간을 주고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한 단계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학생들을 지독한 경쟁으로 내몰고 한 가지 기준으로만 우열을 가리는 일보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다양한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추진하여 크고 작은 성취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경험을 통해 우리 청년들이 자존심을 가지고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당당하게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청년 학생들이 어디에 살든 누구든 모두 존중받으며 꿈꾸고 성장하는 사회를 소망해본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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