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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온몸 던진 강과 온몸으로 껴안은 바다, 그들이 만든 세계를 지키고 서다

2022-12-23

'큰 포구가 많은 바다'여서 多大浦

낙동강 상류서 밀려온 토사 퇴적

길이 900m 모래밭 중앙 巨人 조각

오른쪽엔 굴곡진 모래언덕·갈대밭

왼쪽엔 한때 섬이다 곶이 된 몰운대

남해·해수욕장 조망 지질탐방로도

[주말&여행]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온몸 던진 강과 온몸으로 껴안은 바다, 그들이 만든 세계를 지키고 서다
남해를 끼고 반월형으로 휘어진 모래밭 가운데에 커다란 사람이 서 있다.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인체 조각 작품이다. 그 너머는 섬이었던 곶, 몰운대다.

달빛 같은 모래밭이었다. 그것은 거의 평평해 보일 만큼 완만하게 펼쳐져 있었다. 파도는 모래 위로 올라서기 위해 끈질긴 시도를 하고 있었고 바람은 방만하게 모래밭에 앉아 물결 모양의 그림을 그리곤 했다. 모래는 불타오르고 나서는 얼어붙은 심정으로 파도에도 바람에도 자유로웠다. 모래밭의 오른쪽에는 부드러운 굴곡을 가진 모래언덕이 연이어 있었고 이윽고 무성한 갈대밭으로 펼쳐졌다. 모래밭의 왼쪽에는 긴 곶이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가 있었다. 한때 섬이었던 그것은 이 모래밭이 자라나 곶이 되었다고 했다. 다대포(多大浦). 바다도 모래밭도 곶도 갈대밭도, 모두가 커서 다대인 줄 알았는데 '큰 포구가 많은 바다'라 한다.

[주말&여행]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온몸 던진 강과 온몸으로 껴안은 바다, 그들이 만든 세계를 지키고 서다
다대포 해수욕장의 북쪽에는 사구가 발달해 있으며 갯메꽃,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달뿌리풀, 해당화 등 20여 종의 식물군이 자생하고 있다.

◆다대포해수욕장

남해를 끼고 반월형으로 휘어진 모래밭이 광활하다. 폭이 100m, 길이는 900m나 된다. 모래밭은 낙동강 상류에서 밀려 내려온 양질의 토사가 퇴적되어 생겨났고 오래오래 풍화되어 찰지고 부드럽다. 300m 거리의 바다까지 수심이 1.5m 정도로 얕고 갯벌도 넓게 펼쳐져 있다. 다대포는 오래전부터 왜구의 출현이 잦아 국방상 중요한 요지였고 조선 시대에는 경상좌도 7진 중 하나였다. 지금은 장엄한 일몰로 이름나 있으며 여름이면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열리는 축제의 바다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아미산에는 아파트 숲이 펼쳐져 있다. 아파트 숲과 바다 사이에는 소나무 숲이 동그마니 울창하다. 솔숲 일대는 다대포 해변공원이다. 숲의 가장자리에는 해수천이 흐르고 해솔길이 이어진다. 천가에는 판석의 산책길이 곧고, 모래밭에 면해서는 데크길이 놓여 있으며 숲속에는 폭신한 흙길이 이리저리 배회한다. 산책길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다대포 '꿈의 낙조 분수'가 있다. 겨울이라 쉬고 있지만 그 규모는 짐작할 만하다. 숲 안에는 '다대포 매립 백지화 기념비'가 서 있다.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축조된 이후 모래사장이 점점 사라지고 바닷물은 오염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1991년과 2000년 정부는 다대포를 매립해 부두를 건설하려 했었다. 주민이 나서서 반대 운동을 벌였고, 지금 우리는 이 바닷가에 설 수 있게 되었다. 바다를 따라 난 산책로에는 바다를 향해 앉은 그네가 여럿이다. 그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햇살을 만끽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산책로 가운데에 스머프가 푸른 깃발을 치켜들고 서 있다. 옆에는 사하구의 캐릭터인 '고우니'가 빗자루를 들고 있다. 국제단체인 환경교육재단 국제본부(FEE)에서 부여하는 블루플래그(Blue Flag)와 그린 키(Green Key)라는 것이 있다. 블루플래그는 수질관리, 친환경 시설, 안전 서비스 등 총 137개의 항목을 심사해 기준을 충족하는 해수욕장에 부여하는 인증마크다. 그린 키는 공원을 대상으로 친환경성, 지속가능성, 운영 적합성, 시설관리 등을 평가해 부여하는 국제 인증이다. 다대포해수욕장은 전 세계 최초로 블루플래그와 그린키 국제인증을 동시에 획득한 곳으로 스머프의 푸른 깃발은 블루플래그를 상징한다. 스머프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IMPS 그룹은 국제연합, 유럽연합, 환경교육재단 등과 협력해 블루플래그 인증 시설은 별도의 저작권료 없이 해당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지구 어디서든 스머프가 있는 곳은 최고의 환경이라는 뜻이다.

숲으로부터 바다로 향하는 남자의 뒷모습이 비장하다. 젖은 모래를 밟으며 걷는 이는 용감하다. 모래밭 가운데에는 커다란 사람이 서 있다.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라는 인체 조각 작품이다.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하다. 저기를 보는 듯도 하고 여기를 보는 듯도 하다. 언제나 깨어있는 거인, 모든 것을 보는 아르고스 같다. 그로부터 조금 떨어진 모래밭 가장자리로 솔숲을 돌아 나온 해수천이 바다로 간다. 그 너머는 섬이었던 곶, 몰운대다. 천은 바닥이 보이는 야트막한 깊이지만 갯골처럼 늪의 기운이 짙어 저벅저벅 가로지르지는 못한다. 실제로 출입금지 안내가 있고 솔숲에서부터 천을 넘어갈 수 있도록 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몰운대의 서쪽 경사면을 따라 지질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거북바위 절리군이나 다대포 하부의 역암층 등을 관찰할 수 있는 길이다. 무엇보다도 끝없는 남해와 광활한 다대포해수욕장을 아르고스마냥 바라볼 수 있는 길이다.

[주말&여행]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온몸 던진 강과 온몸으로 껴안은 바다, 그들이 만든 세계를 지키고 서다
넓은 갈대밭 사이로 고우니 생태길이 조성되어 있다. 아미산에는 아파트 숲이 펼쳐져 있고 바닷가에는 솔숲이 동그마니 울창하다. 솔숲 너머는 몰운대다.
[주말&여행]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온몸 던진 강과 온몸으로 껴안은 바다, 그들이 만든 세계를 지키고 서다
몰운대의 서쪽 경사면을 따라 지질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거북바위 절리군이나 다대포 하부의 역암층 등을 관찰할 수 있는 길이다.

◆사구와 갈대밭, 고우니 생태길

낙동강 하구에 보다 근접해 있는 해수욕장의 북쪽에는 모래언덕과 갈대밭이 펼쳐진다. 오롯한 모래언덕이 있는가 하면 상당 부분 풀로 덮여 있는 언덕도 있다. 겨울날의 풀은 모든 에너지를 뿌리에 집중하고, 그 뿌리로 모래땅을 꽉 쥐고는 바람에 저항해 낮게 웅크린 모습이다. 그들은 소금기가 있는 땅에서 잘 자라는 염생식물(鹽生植物)로 다대포에는 갯메꽃, 통보리사초, 순비기나무, 달뿌리풀, 해당화 등 20여 종의 식물군이 자생하고 있다. 바닷물이 들고나는 인공 해수천을 만들자 자연스럽게 해수가 유입되면서 다양한 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덕분이라고 한다. 해수천에 청둥오리가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둥둥 쉰다.

모래언덕은 자연스럽게 갈대밭으로 이어진다. 넓고 넓은 갈대밭 사이로 데크 산책로가 나 있다. '고우니생태길'이다. '고우니'는 낙동강 하류의 대표적인 철새 고니에서 따온 것이다. 백조라고도 불리는 그 겨울철새다. 우리나라에는 10월 하순 왔다가 이듬해 4월께 떠난다. 갈대밭은 개펄이다. 다대포 해수욕장은 지금처럼 변하기 전 옛날에는 대부분 개펄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개펄에서 게들이 기어 나오는 모양이다. 개펄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데크 산책로에는 군데군데 쉼터가 있고 사구와의 접경지역에는 전망대도 있다. 개펄의 갈대밭을 통통통 가로질러 식물로 인하여 보다 단단해진 사구에 선다. 온몸을 던진 강과 온몸으로 껴안은 바다와 그들이 만들어놓은 한 세계를 본다. 기가 막힌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Tip

55번 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간다. 대동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약 7㎞ 정도 더 직진하면 중앙고속도로 종점인 삼락IC다. 종점 표지가 나타나면 오른쪽 하굿둑 방향으로 나가 강변대로를 타고 직진한다. 강변대로는 을숙도대로를 지나면서 다대로가 된다. 다대로가 남쪽으로 살짝 휘어지는 곳에서부터 다대포 갈대밭이 시작된다. 조금 더 가면 공영주차장이 있고 요금은 10분에 200원이다. 기차를 이용했다면 지하철 1호선 다대포역에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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