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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할랄음식의 매력…神이 허락한 안전하고 깨끗한 재료…세계인 사로잡은 건강식

2022-12-23
3할랄
돌마:포도잎으로 재료를 감싸서 찌는 요리 돌마, 그 위에 석류로 장식을 했다.
얼마 전 세계적인 거부가 한국을 다녀갔다.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채 24시간도 머물지 않았다. 그러나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중 하나가 단연 음식이었다. 그는 '할랄 한식'을 대접받았다고 한다. 롯데 호텔에서 사용할 도마나 식기까지 다 새것으로 준비했다. 그들의 역사나 문화를 모르면 왕세자가 매우 까다로운 사람으로만 느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교 신자의 90%를 차지하는 수니파의 종주국이다. 이슬람교 신자에게 할랄은 삶과 죽음, 처음과 끝이다. 할랄은 먹는 것뿐만 아니라 의식주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특히 매일 메카를 향해 다섯 차례씩 절을 하는 기도처럼 중요하다.

韓 24시간 머문 사우디 왕세자 빈살만
도마~식기까지 새것으로 마련해 화제

할랄식 도축 양·소·닭·오리고기 섭취
돼지고기는 담겨진 그릇도 사용안해
이슬람교도들, 검증된 음식점만 방문

양고기·견과 넣은 귀한 음식 '만사프'
양파·오이·토마토 삼색 샐러드 즐겨
인류 최초 빵 탄생…굽는 방식에 차이

만사프
만사프:양고기와 견과류를 넣어 만드는 만사프, 귀한 손님이 오거나 특별한 날에 만든다.
◆신이 허용한 것

할랄은 '신이 허용한 것'을 뜻한다. 반대말은 '하람'이다. 할랄 음식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건강한 것이다. 예를 들면 꿀은 할랄에 해당한다. 마약은 '하람'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은 돼지고기·개고기·당나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리고 양고기·소고기·닭고기·오리고기도 할랄식으로 도축된 것만 먹는다.

이슬람식으로 가축을 도축할 때도 특별하다. 짐승을 잡기 전 반드시 '비스밀라' 하며 기도를 한다. 동물의 영혼이 천국에 가기를 희망한다는 뜻이다. 동물이 죽으면 거꾸로 매달아서 피를 다 빼낸다. 그러니 많은 한국인이 맛있게 먹는 선짓국이나 돼지 피로 만든 순대 등도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

뱀의 경우 지구촌 여러 문화권에서 먹는다. 이슬람교의 경우 과거 육상 실크로드의 중요 길목인 우즈베키스탄 같은 지역에서 뱀탕을 먹었다고 한다. 단백질 보충용이다. 그리고 해상 실크로드인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도 뱀 요리가 발달해 있다. 상당수 중국인은 당연히 뱀 요리도 잘 먹는다. 한국인도 뱀탕을 먹는 이들이 일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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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무스:병아리콩과 마늘, 올리브유 등을 넣어 갈아 만드는 홈무스, 빵을 찍어서 먹는다.
이슬람교도는 만일의 위기 순간에 뱀고기는 먹어도 돼지고기나 알코올이 들어간 술 등은 먹지 않는다. 특히 돼지고기는 콜라겐을 먹거나 바르지도 않는다. 돼지고기가 담겼다가 나온 그릇도 안 쓰며 돼지고기를 썰었던 도마나 칼도 쓰면 안 된다. 이슬람교도들은 돼지를 뱀보다 더 싫어한다.

나는 이슬람교도가 도마나 칼까지 신경을 쓰는 걸 이해한다. 내도 개인적으로 뱀을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하며 징그러워한다. 만약 캄보디아에서 뱀을 모두 잘라 끓이는 식당이 있다고 치자. 뱀 아닌 다른 메뉴를 팔아도 나는 그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는다. 도마, 칼, 싱크대, 냉장고, 그릇, 모두 뱀이 담겼거나 놓였을 걸 알기 때문이다. 캄보디아나 인도네시아, 중국 등의 나라에서 뱀을 잡고 요리도 하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식당 고를 때 매우 주의한다. 열대지방 뱀들은 워낙 크고 길며 몸통도 두툼하다. 왕세자도 그렇듯이 할랄 문화권 사람은 검증되지 않은 아무 음식점이나 가지 않는다. 할랄이 아니면 거저 줘도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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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란의 독특한 소스들.
◆할랄 레스토랑

얼마 전 지인과 서울시 중구 롯데시티호텔명동 2층에 있는 할랄 레스토랑 '샤프란(saffron)'에 다녀왔다. 샤프란은 말만 들어도 설레는 건강한 할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샤프란은 성경이나 코란의 주 무대인 중동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경과 코란의 지명이 거의 다 이 지역 이름이다. 나는 외국에서 살 때도 자주 중동식 할랄 음식을 먹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주로 '아랍 스트리트'에서 판다.

정통 할랄 음식이 그리울 때면 가끔 샤프란에 다녀오곤 했다. 그곳에서 나는 아랍이나 그 밖의 친구들과 외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곤 했다. 인형같이 예쁘고 귀여운 남매를 데리고 온 리비아, 카타르 등에서 온 젊은이들이 식사를 하고 간다. 문화를 알아야 역사도 음식도 깊이 보인다.

샤프란은 2000년에 한국에서 문을 열었다. 그 전에 서남아시아식 할랄 레스토랑도 몇 군데 서울에 있었다. 사실상 샤프란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제대로 된 할랄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주인은 파키스탄의 큰 사업가로서 세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할랄 레스토랑을 과감히 차렸다. 초기에는 주로 아랍 국가 대사관 직원이나 중동에서 오는 사업가가 주 고객이었다. 지금은 해외 관광객도 단체로 무리 지어 찾는다.

샤프란 내부 모습
서울 명동에 있는 샤프란은 2000년에 한국에서 문을 열었다. 그 전에 서남아시아식 할랄 레스토랑도 몇 군데 서울에 있었다. 사실상 샤프란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제대로 된 할랄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외국 국적의 고객으로는 할랄 문화권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아람코 정유회사의 엔지니어가 많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에서 의료 관광을 온 사람들도 있다. 주로 독일, 미국, 프랑스 출신 고객도 애용한다. 케이터링 서비스도 한다. 할랄 레스토랑이라서 늘 손님으로 붐빈다. 특히 주말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많은 고객이 찾아온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고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서 오기 때문이다.

아랍 왕족들에게 음식을 공급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샤프란, 아랍의 왕자들이나 귀족들은 그들의 한국 방문 내내 샤프란 음식을 즐긴다. 샤프란은 또한 두바이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에도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도 요리사만 있으면 500명 단체 케이터링서비스도 가능하다.

대체로 아랍 사람은 한국 음식으로는 생선구이나 할랄 닭갈비를 좋아한다. 김치는 총각김치나 깍두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아랍인은 김치찌개에 돼지고기 대신 참치 넣은 걸 좋아한다. 김밥이든 갈비든 다 좋아하지만 고기는 무조건 할랄 고기를 써야 한다. 할랄 음식은 안전하고 깨끗해야만 하기에 고품격 먹거리에 든다.

샤프란의 음식은 수준이 높다. 특히 양고기의 인기가 대단하다.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고 고기도 부드럽다. 중동 사람은 쇠고기보다 양고기를 더 높게 평가한다. 귀한 손님이 올 때나 특별한 날에는 양을 잡는 게 그들의 문화이다. 중동의 귀한 음식 '만사프'도 양고기와 견과류 등을 넣어 만든다. 밥을 지을 때 우리와 달리 길쭉한 안남미에 건포도를 섞거나 샤프란을 넣어 노란 밥을 즐기기도 한다.

◆할랄 샐러드

할랄 문화권 사람이 가장 일반적으로 즐기는 야채 샐러드는 3가지 색깔을 낸다. 양파, 오이, 토마토 또는 초록색 케일이나 상추 등이 들어간다. 올리브유를 즐긴다. 식초 대신 레몬 그리고 소금을 약간 넣는 게 특징이다. 참깨와 마늘, 병아리콩, 올리브유를 갈아서 만든 홈무스에 자연산 보라색 소금이라 할 수 있는 '숨막'도 뿌린다. 숨막은 옻나무 비슷한 나무의 꽃줄기를 말려서 가루로 만드는데 짠맛이 난다. 그 나무는 주로 튀르키예나 요르단 등 중동에서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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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인류 최초의 빵이 나온 아랍, 그들의 빵은 인도나 네팔의 난과 다르다. 화덕에서 굽지만 굽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 그 빵의 크기, 모양, 두께, 맛도 대한민국식의 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북아프리카도 할랄 음식 문화로 유명하다.

짜이 맛도 일품이다. 홍차도 정통이다. 디저트 굴랍자문은 달고 독특하다. 음식의 맛에 수천 년의 역사가 이어 왔듯이 중동의 할랄 음식이 한반도에 건너와 새로운 문화를 전하고 있다. 할랄을 통해 그들의 삶도 자연스럽게 만난다. 우리의 인생에 파고들어 문화로 정착한다.

◆지중해 음식 천국인 아랍

나는 얼마 전 국제 행사 참석차 이집트에 다녀왔다. 아랍은 할랄 음식과 지중해 음식의 천국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즐기는 안전하고 깨끗한 할랄 음식, 한국에 건강식 할랄 음식이 시작된 곳은 이태원이었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게 아니다. 문화이고 역사이다. 예수도 마호메트도 먹었던 레반트 지역의 식문화, 할랄 음식을 먹으면 마치 2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아랍에 가보았거나 가본 적 없거나 우리는 중동식 할랄 음식을 통해서 그들의 다채로운 역사와 마주한다.

나는 한국에 왔다가 떠나간 아랍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 할랄 음식이 그립다. 그럴 때면 고급 음식으로 중동에서도 소문난 샤프란으로 가고 싶다. 그곳 창가에 앉아 홈무스나 만사프를 주문해 놓고 잠시 상상으로 낙타를 타고 싶어진다. 나는 낙타를 타고서 상상으로 중동과 다른 이국적인 나라로 떠난다. 삶은 지구별 여행이 아니던가?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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