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118010002487

영남일보TV

[영남타워] 대구판 '사막의 장미'를 기다린다

2023-01-19

[영남타워] 대구판 사막의 장미를 기다린다
변종현 편집국 부국장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탄성을 자아낸 장면은 비단 이변의 서사를 써 내려간 승부만이 아니다. 6천751명 외국인 근로자의 죽음과 맞바꾼 비극의 산물이란 점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충격을 안겨 주긴 했지만 어마어마한 돈을 퍼부은 8개 경기장의 조형미는 월드컵이 축구 향연인지 건축 엑스포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더 놀랄 일은 그렇게 지어진 경기장 중 하나인 '스타디움 974'를 주저 없이 해체한다는 점이다. '하얀 코끼리(비용만 많이 들고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를 비유한 말)'를 남기지 않겠다는 카타르 당국의 의지라지만 오일머니 참 대단하다.

확실히 최근 세계 건축계의 모든 이슈는 중동이 다 빨아들이고 있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는 콘텐츠보다 건축물로 더 유명해진 세계적 명소가 있다. '데저트 로즈(Desert Rose·사막의 장미)'라 불리는 국립박물관으로, 세계적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했다. 명칭에서 꽃이 연상되지만 장 누벨이 영감을 얻은 사막의 장미는 잎사귀가 얼기설기 얽힌 형상을 하고 있는 돌(화합물 결정체)이다. 박물관 외관은 이를 본뜬 비정형으로, 316개의 크고 작은 디스크(원형 판)가 맞물려 있다. 사진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3개 프로젝트는 더 경이롭다. 그중 '더라인(The Line)'은 높이(500m)도 높이지만 너비 200m에 길이가 무려 170㎞인 '직선 건축물'이다. 거의 대구~광주 직선거리와 맞먹는, 가로로 눕힌 바벨탑이라 하겠다.

대구는 '2천년 도시'임에도 세계가 흥분할 만한 건축물이 없다. 달성토성은 동물원 이전 등 선결해야 할 문제가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복원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고, 프랑스 지리학자 샤를 바라(1842∼1893)가 북경성을 축소해 놓은 듯 아름답다고 극찬한 대구읍성은 허무하게도 친일파에 의해 오래전 헐렸다. 세계적 관광자원으로 대구사람이 즐겨 찾는 팔공산 갓바위의 소재지도 얼핏 대구 같지만 실은 경북 경산이다. 그렇다고 향후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외국계 테마파크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시 경쟁력으로 보면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런 가운데 몇 해 전 들려온 대구시 신청사 건립 소식은 대구에도 드디어 랜드마크형 건축물이 들어설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대구에서 신축될 초대형 공공 건축물로는 유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더욱 주목된다. 바야흐로 관광 지향적 건축시대다. 시청을 공무원의 업무공간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다. 안동·예천에 자리 잡은 경북도청을 보라. 전통미·웅장미·자연미 넘치는 외관은 물론 전시관 같은 내부는 하나의 관광자원이 됐다. 돈이 들더라도 대구에 관광을 유인하는 그런 건축물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미래 대구를 위한 대계(大計)에는 사사로움이 없어야 하고, 특히 디딤돌 하나 놓는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구시 신청사 건립이 돌이킬 수 없고 번복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앞서 이미 놓은 디딤돌을 치워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조기 완공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구는 조급함도 없어야 한다. 여러 연유로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여 있지만 그런 동안에도 100년, 200년 후까지 세계가 계속 찾고 싶어 하는 건축물이 되도록 준비하는 작업은 지속돼야 한다. 데저트 로즈는 2003년 시작해 17년 만에 완성됐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아니라 후대를 위한, 역사에 남을 걸작을 기다린다.

변종현 편집국 부국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