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납작 엎드릴 계묘년
대구는 우뚝 솟아날 기회
첨단 산업 인프라 확충에
'인재 저수지' 위상정립을
지역 금배지, 푯값 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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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경제부장 |
'경제 한파'가 휘몰아칠 2023년. 대다수는 부담스러워하겠지만 또 누군가엔 기대 가득한 해가 될 수 있다. 바닥권에서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 대구는 이제 우뚝 솟을 일만 남았다. 올해 도시 구호도 대구굴기(大邱굴起)다. 그만큼 올해 '경제부흥용 호재'들이 적잖다.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한 진단은 끝났고, 단계적 처방이 시작될 타이밍이다.
당장 다음 달에는 대구가 그토록 품고 싶었던 제2국가산업단지 조성 여부가 결정된다. 사실상 대구의 마지막 남은 대형 산단이 될 이곳은 '스마트 모빌리티'를 지향한다. 기존 친환경 미래차 산업 인프라 여건을 감안했다.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한 번도 가본 적 없어 두려움이 앞서지만 반도체의 길도 열었다. '대구형-반도체 팹(Fab)' 구축이 가시화된다. 중소기업이 공유할 맞춤형 센서 반도체(비메모리) 생산설비가 처음 들어선다. 첨단산업 핵심부품인 센서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이 기업 경쟁력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시하는 눈들이 많다.
올여름엔 '국가로봇테스트 필드' 조성지가 대구에 완전체로 온전히 올 수 있느냐가 판가름 난다. 대구가 산업용(협동)로봇에서 서비스 로봇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프로젝트다. 2021년 전국 공모를 통해 사업을 따냈고 당연히 대구행이 점쳐졌지만 방심했다. 수도권 여론에 떠밀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투자 대비 파급효과가 약하다며 수도권과 나누자는 속내를 드러냈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자체 결정력도 시험대에 오른다.
'CES 2023'에서 대구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세계적 스타트업 육성기관이자 투자사인 '플러그앤플레이(PNP)'의 대구지사 설립을 못 박았다. PNP의 검증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접목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 배출시기를 앞당기고픈 대구시는 올 상반기 내에 지사를 설립하려 한다. 입지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대구의 ICT·소프트웨어(SW) 기업이 정글 같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혁신주사를 하루라도 빨리 맞아야 한다. 조만간 출범할 싱크탱크인 '대구정책연구원'은 지역 실정에 맞는 건설적 정책제언을 화수분처럼 마구 쏟아내길 기대한다. 31년간 한배를 탔던 대구경북연구원에서 괜히 분리했다는 뒷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올해는 경제여건이 좋지 않아 복지부동(伏地不動) 모드가 대세일 것 같다. 대구도 같은 길을 걸어선 미래가 없다. 기업행정만큼은 철저하게 뺄셈이 아닌 덧셈 쪽으로 확실히 방향키를 돌려놔야 승산이 있다. 일단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융복합 기술을 보유한 ICT·SW기업들이 대구를 신기술·신제품을 실증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도시'로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지식기반형 인재 양성소가 가미돼야 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경북대 등과 밀도 있는 공조를 통해 첨단기술 인력을 양성, 수시로 기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저수지'가 돼야 한다. 첨단업종 연구소와 대기업·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 유치가 그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인재가 경쟁력인 시대다. 제아무리 콧대 높은 대기업도 '인재 거점지' 대구를 외면할 순 없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그간 조용히 선수(選數)만 쌓아온 대구지역 금배지들이 돈과 인재를 끌어모으는 일에 존재감을 좀 보여줬으면 한다.
최수경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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