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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주말&여행] 경남 남해군 지족해협 '죽방렴'...큰 갈매기 날개 편듯 남해 보물 죽방렴서 삶의 지혜를 엿보다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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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렴은 물길이 좁고 물살이 세고 간만의 차가 크고 수심이 얕은 곳에 설치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족해협에 가장 많다. 지족해협 죽방렴은 대한민국의 명승 제71호다.

지족 갯마을의 방파제에서 창선교를 바라본다. 홍학처럼 붉은 다리가 바다를 붉게 물들인 모습이 문득 가을날의 칠면초 같다. 창선교 저편의 마을도 지족이다. 이쪽 지족마을과 저쪽 지족마을 사이의 바다는 좁다. 지족마을 사이 목이 좁은 바다라 지족해협이다. 바다가 좁다 보니 간만의 차이에 의해 들고나는 물살은 매우 빠르다. 수심은 얕아 바닥의 몽돌들과 수초 더미들이 한눈에 보인다. 바다 가운데에는 붉은 등대가 서 있다. 위험! 암초가 있다는 뜻이다. 등대 너머에 참나무 말뚝이 촘촘히 박혀 있다. '죽방렴'이라는 고기잡이 어구다. 보다 입안이 편한 이름은 '대나무 어사리',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원시 어업이라 한다.

원시어업 '죽방렴' 유속 빠른 지족해협에 20개 넘게 설치
밀물·썰물 이용해 주로 멸치 잡아…대한민국 명승 제71호
지족해협 가로지르는 '창선교' 바다 붉게 물들여 이색 풍광
인근에 이름 같은 두 '지족마을'…농가섬엔 카페도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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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섬 뒤로 장구를 닮은 장고섬과 북을 닮은 섬북섬이 보인다. 1년 중 한두 차례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영등시가 되면 바닷길이 열린다고 한다.

◆지족해협 죽방렴

남해군의 하 많은 섬 중에서 그 크기가 첫째와 둘째인 섬은 남해도와 창선도인데, 두 섬 사이 좁은 물목의 바다가 바로 지족해협이다. 지족해협의 유속은 시속 13~15㎞ 정도로 전남 진도군의 울돌목 다음으로 빠른 속도라 한다. 이는 지형적 특성 때문인데 중앙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져 물살이 거세진다.

지족해협에는 20개가 넘는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다. '죽방렴'은 크게 V자 모양으로 그 꼭짓점에 원형의 방이 있다. 참나무 말뚝 3백여 개를 박아 V자를 그린 것을 '양익(날개)'이라 하고, 대나무 발을 촘촘하게 두른 원형의 방을 '발통(원통, 임통, 불통)'이라 부른다. 양익과 발통 사이에는 '세발'이라는 문이 있다. 밀물 때가 되면 물살은 빠르게 해협을 달린다. 물고기들은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밀려나면서 '죽방렴'의 양익 속으로 싹 빨려들 듯 유도되어 발통에 파닥파닥 모인다. 세발은 밀물 때 활짝 열리고 썰물 때면 탁 닫히는데 다 잡은 물고기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제 발통에 갇힌 물고기를 뜰채로 건져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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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해협을 가로지르는 창선교 붉은 다리가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암초의 위험을 알리는 등대 너머로 죽방렴의 참나무 말뚝이 촘촘히 박혀 있다.

죽방렴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잡히지만 주 어종은 멸치다. "물빨이 억수로 쎄다. 그 물살을 이길라꼬 멸치도 엔간히 힘을 쓰지. 그러니 멸치가 육질이 좋아." 어부와 사투를 벌이지 않으니 멸치는 상처 없이 매끈하고 오랫동안 살아 있을 정도로 싱싱해 회로도 먹는다. 죽방렴을 통해 어획되는 멸치 생산량은 국내 총멸치생산량 중 2%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 죽방렴 멸치는 비싸다.

지족해협의 해안 가까이에는 구조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관람객용 죽방렴이 있다. 죽방렴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바닷속에 돌을 쌓아야 한다고 한다. 죽방렴의 형태대로 돌담처럼 쌓고 돌과 돌 사이에 참나무를 박아 지지대를 세우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좌우 날개 기둥을 대나무 살로 단단하게 엮어 거센 물살에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든다.

각각의 죽방렴은 얼핏 같은 모양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같은 위치에 나란히 만들어져 있어도 날개 길이가 다르고 중심축이 다르다. 조류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다른 것이다. 지족해협은 섬 쪽으로 갈수록 물의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섬에 가까운 죽방렴의 날개 길이가 다른 쪽보다 더 길다. 이러한 구조는 절대 단시간 내에 만들어질 수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지족해협의 특성과 계절에 따른 어종을 분명하게 파악한 결과다. 긴 긴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죽방렴은 삼천포와 창선 사이에도 일부 있지만 가장 많이 설치되어 있는 곳은 이곳 지족해협이다. 지족해협 죽방렴은 대한민국의 명승 제71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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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교에서 죽방렴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참나무 말뚝으로 V자를 그린 것이 양익, 대나무 발을 촘촘하게 두른 원형의 방은 발통이라 부른다.

◆지족 갯마을

이쪽은 남해군 삼동면의 지족리, 저쪽은 창선면의 지족리다. 두 마을은 원래 창선도와 남해도를 잇는 나루였다고 한다. 두 마을 모두 '지족'이지만 한자가 다르다. 삼동의 지족은 옛 사람들이 창선으로 건너갈 때 '발(足)이 멈추어져서 건너게 되는 것을 알았다(知)'하여 '지족(知足)'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또는 먼 바다로 갈 필요 없이 마을 앞바다에 해산물이 넉넉하여 만족한다는 뜻으로 '지족'이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창선의 '지족'은 예부터 샘이 좋아 '새미나루'라 불리다가 '세민날'이 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지족(只族)이라 부른다. 이는 친족들이 모여 살아서 생긴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나루터는 창선교가 놓이면서 사라졌다.

삼동의 지족마을 앞에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조그마한 농가섬(弄歌島)이 있다. 옛날에 추수를 끝낸 주민들이 썰물 때 드러난 갯벌을 통해 건너가 놀았던 곳이다. 농가섬 뒤로 보이는 섬은 장고섬(長鼓島)이다. 장구 모양이라는 섬은 두 개의 아주 작은 언덕이 사주로 연결된 모습이다. 그 뒤로 보이는 섬은 섬북섬이다. 섬이 북 모양으로 생겼다 해서 옛날에는 고암(鼓岩) 또는 북섬이라 했다 한다. 농가섬에서 놀고 노래할 적에 섬들은 장구가 되고 북이 되어 둥둥 흥을 올렸나 보다.

1년 중 한두 차례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영등시가 되면 바닷길이 열린다고 한다. 그때가 되면 손에 잡힐 듯 먼 저 섬들에 걸어 오를 수 있다. 다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농가섬은 지금 개인 카페가 들어서 있는데 찻값이 포함된 입장료를 내면 들어갈 수 있다. 다리 아래로 죽방렴이 가깝다. 고기잡이는 3월에서 12월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겨울의 죽방렴은 한가해서 발통은 빈 방이다. 말뚝은 각각의 높이가 조금씩 다르고, H형강도 있고, 원형강도 있고, 전봇대 같은 것도 있다. 기우뚱, 물살에 쓸린 것들도 있지만, 말뚝 속 바다는 이상하리만치 수평을 잘 잡고 있다. 바다에 박혀 있는 말뚝들을 너무 사랑한다. 선과 선이 부딪는 점에서 파스스 흩어지는 긴장과 그 이완이 몹시 좋다.

지족 갯마을의 방파제 끝에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아주 이따금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오래 고개를 숙이고는 찌에 고기밥을 건다. "요즘은 뭐가 잘 잡히나요?" 눈만 빼꼼 내어 놓은 채 콧등까지 까맣게 뒤집어 쓴 그는, 그녀였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아직 한 마리도 잡지 못해서." 다시 창선교에 오른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해협은 팽팽하기도 하고 평온하기도 하다. 죽방렴은, 갈매기 같다. 대왕갈매기다.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그녀는 여전히 그렇게 서 있다. 가까운 개펄에는 허리를 숙인 여인들이 보인다. 무엇을 건져 올리는 것일까. 구름 속에 일몰의 기미가 번지고 있다. 다리 위에 서 있으니 다리는 보이지 않고, 바다건 뭍이건 눈길이 머무는 건 사람이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45번 중부내륙고속도로 창원 방향으로 가다 내서분기점에서 10번 남해고속도로 진주 방향으로 간다. 진주 지나 사천IC에서 내려 3번 국도를 타고 삼천포로 간다. 삼천포대교 건너 남해군 창선도에 올라 3번 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하면 창선 지족마을에 닿고 창선교를 건너면 남해도 삼동면의 지족마을이다. 죽방렴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은 세 곳이다. 창선교 가운데에 서면 바로 아래에 있는 죽방렴을 볼 수 있고 원경도 근사하다. 창선교를 건너면 삼동면 지족마을의 경남해양과학고 앞쪽에 관람객을 위한 관람대가 있고, 농가섬으로 건너가는 다리 아래에도 죽방렴이 가깝게 자리한다. 삼동 지족마을에는 죽방렴 홍보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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