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129010003572

영남일보TV

[밥상과 책상사이] 외길만 부추기는 사회

2023-01-30

[밥상과 책상사이] 외길만 부추기는 사회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아이가 최근 게으름을 많이 부립니다. 반에서 1~2등은 해야 의대나 서울 최상위권 대학을 노려볼 수 있고, 지방대는 그냥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는 성적이 반에서 중간 정도입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를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하며 딱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신문·방송 보도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합니다." 고3 올라가는 아이를 둔 엄마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말부터 대학 관련 보도는 크게 두 가지다. 상당수 지방대가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신입생 전원에게 아이패드나 노트북, 휴대전화기 같은 선물을 주고 한 학기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준다고 해도 지원자가 없다. 의치한약수는 가서 자격증만 따게 되면 직업 안정성과 고소득이 보장되니 6수든, 7수든 상관없다." 한두 번도 아니고 거듭 반복해서 이런 보도를 접하다 보면 중위권 학생들이 공부할 맛이 나겠는가. 언론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상당수의 학생이 의약계 진학을 위해 계속 수능 공부를 하므로 정상적인 학과 운영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연예인 스캔들 다루듯이 보도한다.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고 교육전문가, 대학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사족처럼 맨 뒤에 곁다리로 붙인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이런 기사 대부분은 사설 입시기관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에서 나온다. 유난히 이런 자료를 많이 내는 기관이 있다. 그 저의가 무엇일까? '의치한약수'를 제외한 학과는 별로 비전이 없으니 가능하면 재수하라는 말이다. 어느 해 1월 말에 한 매체가 '늘어나는 재수생, 떠는 고3'을 1면 톱으로 올린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보도 자료를 낸 기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모든 입시 기사는 당해 연도 재학생 기준으로 써야 한다. 그 기사가 누구에게 득이 될지 따져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 보도자료는 재수 붐을 조성하기 위한 학원의 언론 플레이였던 것이다. 이 기사 때문에 고3 올라가는 학생과 학부모가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그해 재수생 수는 전년도보다 줄었다. 최근에도 '올해 재수생 20% 늘어날 것'이란 보도가 있었다. 재수생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학들이 신입생 확보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왜 이런 보도가 나오는지를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국가와 산업계, 교육계와 언론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분야가 있으며, 장래성과 성취감, 보상이 의대 이상인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학생들이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해 주어야 한다.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무슨 일을 하든지 중고교 시절의 기초 학력이 평생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배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기자 이미지

윤일현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