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무학로교회 조원경 담임목사
인근 갤러리서 깊이 있는 '천자문'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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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북 경산 무학로교회 조원경 목사가 인근 물볕갤러리에서 '천자문'을 강의하고 있다. |
"宮殿盤鬱(궁전반울)하고, 樓觀飛驚(루관비경)이라.
圖寫禽獸(도사금수)하고, 畵綵仙靈(화채선령)이라."
지난 26일 경북 경산 하양읍 무학로 물볕갤러리. 학동들이 운율에 맞춰 서당에서 글 읽는 듯한 소리가 밖에서도 낭낭하게 들린다. 서당이 아닌 갤러리에서 '천자문(千字文)' 강좌가 열리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훈장 선생님'이 길 건너 무학로교회 조원경 담임목사라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33㎥(10평)도 안될 것 같은 한옥을 리모델링한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머리 히끗히끗한 어르신과 중년의 여성 몇 분이 앉아 글을 읽고 있다. 교재를 보니 이미 천자문 중반에 들어섰다. 조 목사는 붓으로 직접 쓴 천자문 원문을 화이트보드에 걸쳐 두고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읽고, 문장과 주석을 설명해 나갔다.
수강생 중에는 지역 주민도 있지만 대구, 경북 칠곡 등 외지에서 온 현직 교사와 은퇴한 대학교수도 있다. 특색 있게 지어진 교회 건물과 갤러리를 구경하러 왔다가 등록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동양철학 박사이며 20여년 한학공부를 하고 대학에서 유교·불교·기독교 '비교종교학'을 강의한 조 목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넓지 않은 장소에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열성만은 대단하다. 숙제 노트에 지난 시간 배운 글자를 세필 붓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적어온 수강생도 있다.
칠곡에서 온 도성탁 팔거역사문화연구회 회장은 "처음에는 목사님이 성경말씀이 아닌 천자문을 가르친다기에 좀 신기하게 생각했다"며 "이전에도 천자문을 공부해 봤지만 유교뿐만 아니라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사님이 다양한 해석을 해주니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온 우소영씨는 "천자문이 한자공부의 기초라고 생각했는데 배울수록 깊이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좋은 강의가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는 반응도 있었다. 역사 교사인 최정순씨는 "지역에서 훌륭한 강사를 모시고 수준 높은 문화강좌를 열고 있어 참여하고 있다"며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화공간 물볕 황영례 대표는 "물볕은 하양의 한글이름이다. 대구가톨릭대와 MOU를 맺고 대학평생교육원 물볕캠퍼스로 운영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열리는 강좌는 천자문만 있는 게 아니다. 월요일 시 창작교실, 화요일 미술, 금요일 음악 등 훌륭한 강사를 모시고 요일별로 다양한 강좌를 열고 있다. 수강생들은 인근 국가문화재 경산상엿집 답사와 그곳에서 매달 열리는 인문학 특강에도 참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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