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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경제' 시대…내 정보가 산업을 바꾼다

2023-03-06

데이터 경제 시대…내 정보가 산업을 바꾼다

데이터는 쉴 새 없이 쌓인다. 스마트폰 위치 서비스를 켜면 이동 경로가 기록된다.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는 누적된다. SNS에는 현재 사용 중인지, 몇 분 전에 썼는지도 흔적이 남아 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얼마나 시청했는지도 빅데이터로 쌓인다.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병원에 가면 진료·처방 내역이 기록되고 마트를 갔다 오면 쇼핑 내역도 남는다.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카드를 내밀면 결제 시간과 금액, 가맹점 코드가 데이터로 생성된다. 출생·전출입·입출국·세금·부동산 등 일생의 데이터는 정부·공공기관이 보관한다. 인간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산하고 기업은 온라인 공간에 수집한다. 쌓인 데이터는 계속 보관된다. 이렇게 먼지처럼 켜켜이 쌓인 데이터는 돈이 된다.

◆고부가가치가 된 데이터 산업

2019년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 수소경제와 함께 정부의 3대 전략 투자 분야로 꼽혔다. 선도국가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할 정도의 기술력이 있고, 플랫폼 또는 인프라 성격을 갖춰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과감한 재정 투자를 통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중심으로 데이터 개방과 거래 활성화를 촉진해 빅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중소·벤처 창업 기업에 대해 데이터바우처를 제공해 데이터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2020년엔 금융 데이터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데이터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은행·증권·카드사가 보유한 금융 데이터를 다른 기업과 연구소 등이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데이터 검색과 계약, 결제, 분석까지 한 번에 지원한다. 원하는 데이터가 있으면 거래소를 통해 이를 직접 요청해 '맞춤형' 정보를 받을 수도 있다. 데이터공급처는 주로 은행·증권·카드 등 대형 금융사다. 데이터거래소의 모든 데이터는 안전하게 익명 또는 가명 처리돼 제공된다. 이 서로 다른 데이터가 결합하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데이터의 가격이 문제다. 비싼 가격 탓에 데이터 거래에 적극 나서기가 꺼려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데이터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더라도 '데이터바우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돈이 되는 데이터
검색·결제 등 디지털플랫폼 이용 정보
기존 재화·서비스와 결합 고부가 창출
기업들 트렌드 분석→경영 계획 수립
유통업계선 개인 타깃 마케팅에 활용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빅데이터 산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지식정보사회의 전성기를 맞아 데이터가 전통적인 재화 및 서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해서다. 전 세계에서 시총액이 가장 높은 10개 기업 중 7개가 정보기업이다. 구글의 시가 총액은 2천조원이 넘고, 주가가 폭락한 메타(페이스북)의 시총액은 50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선 카카오가 10년 만에 시총 100조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배달의 민족은 독일 회사가 5조원에 인수했고 야놀자는 투자금 2조원을 유치했다. 이들 기업의 가치가 높아진 것은 디지털 플랫폼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비롯됐다. 페이스북은 친목 도모를 넘어 간편결제와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스타그램은 인플루언서들이 제품을 홍보·판매하는 창구로 활용한다. 전통적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판매가 데이터와 결합하면서 효율성이 향상되고 맞춤형 제공으로 만족도가 높아졌다.

메타, 인스타그램, 유튜브, 구글 등의 서비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정보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 수집한 개인정보로 맞춤 광고를 내보내 이익을 내는 구조다. 메타와 인스타그램은 디지털 광고 사업 비중이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커지는 데이터 시장…모든 업계의 데이터 활용 필수적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데이터 중심 사회로 진화할 미래의 모습을 종교에 빗대었다. 그는 "데이터교는 현재 모든 과학 분과로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종교보다 전망이 밝다"고 했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교하게 다듬는 일에 공을 들인다. 기존 서비스와 접목해 더 정확하고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가공된 데이터는 소셜 데이터 트렌드 분석을 통해 상품 매출을 예상하거나 제조 장비의 로그 데이터를 추적해 제품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데 쓰인다.

모든 데이터에 쓰임새가 있는 건 아니다. 다량의 데이터를 무작정 모으면 연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데이터를 자체 서버 룸에 보관하면 장비 가동에 많은 전기료가 발생한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선 냉수식 항온기·프리쿨링, 냉각팬, 인버터식 고효율 냉방설비 탓에 적잖은 냉방비까지 감수해야 한다. 데이터 정제에는 상당한 노동력도 요구된다. 가공한 데이터로 필요한 내용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 활용이 애매한 데이터를 '다크 데이터(Dark data)'라고 부른다. 데이터 분석에 비용상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딥러닝'의 발달로 뜻하지 않게 쓰임새가 재발견되는 데이터도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 시장 팽창
정부 차원 '빅데이터 네트워크' 지원
금융정보 사고파는 거래소도 운영 중
기업 자체 정보수집·정제 비용 부담
AI 데이터 가공 전문 스타트업 늘어


문제는 데이터 수집·식별·정제 등 단순 반복 작업에 약 80%(업계 추정)의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해결책의 일환으로 AI 데이터 수집·가공 시장은 점점 커진다. AI 학습데이터 수집·가공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역시 늘고 있다.

비IT업종은 데이터와 거리가 멀다고 여긴다. 고객 소비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소개하는 업종은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지만, 기업이 고객이면 데이터 활용성이 낮다고 봐서다. 하지만 많은 산업군에서 이미 데이터를 활용 중이거나 활용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헬스케어는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으로 연결한다. 개인에겐 AI 분석을 통해 생활·식단 등을 안내해 주고, 의료·연구기관 및 기업들에는 데이터 공유 및 활용을 지원한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분석, 지름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은 이미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유통업체들은 AI 등 고도화된 빅데이터를 무기로 온라인몰에 맞서고 있다. 무작위로 정보를 뿌리던 방식에서 탈피해 제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만 타깃으로 삼아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한다. 재고 유무와 수량, 가격, 행사 정보 등을 실시간 제공한다. 제조업은 뿌리가 되는 금형산업을 AI,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등 신산업 및 재료, 정밀가공 등의 요소기술과 연계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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