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1위' 올랐던
오디오북의 종이책 버전
원작에 서사 더해 소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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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은 오디오북 환상서점을 소설화해 출간한 종이책 버전이다.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점주인과 그 이야기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도 다시 서점을 찾는 손님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
출간과 동시에 단번에 '밀리의 서재'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오디오북 '환상서점'의 종이책 버전이다. 앞서 전자책으로도 출간되기도 했다. 오디오북의 원작을 소설화해 책으로 출간하는 일은 출판계에서는 드물다.
환상서점은 오디오북으로 나왔을 당시에도 흥미로운 이야기와 내로라하는 유명 성우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섬뜩한 이야기이지만 다 듣고 나면 슬픔과 여운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독자의 후기가 폭발적이었다. "책으로 읽고 싶다" "후속편을 기다린다"는 독자의 요청이 잇따라 오디오북 원작에 서사를 더해 전자책으로 출간돼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전자책 역시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점 주인과 그 이야기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도 다시 서점을 찾는 손님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내 종합 베스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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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림 지음/해피북스투유/312쪽 /1만5천500원 |
이 책은 전자책에 미공개 에피소드를 추가해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단순한 매체 전환이 아니라 매체 특성을 고려한 유기적 세계관을 연결해 종이책만의 특색을 잘 살려냈다.
특히 서점 주인이 들려주던 기묘한 이야기에서 세계관을 넓고 깊게 확장시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서점 주인과 손님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선도 촘촘하게 엮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공포 속에 내재한 어렴풋한 애틋함도 느낄 수 있다. 동양풍의 고아한 판타지와 봄꽃처럼 피어나는 로맨스 사이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려한 문장도 눈에 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때론 꿈처럼, 때론 할머니에게 오래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처럼 빠져들게 한다.
소설 속의 서점은 어느 날, 어느 밤, 어느 길, 가던 방향을 잃었을 때쯤 도착할 수 있다. 오래된 고목에 이끼 가득한 서점이다.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은 무한정. 책을 살 필요도 없다. 원한다면 서점 주인의 낭독을 감상할 수도 있다. 들어오는 데 필요한 것은 약간의 각오와 휴식을 원하는 피로감. 그뿐이다. 여는 시간도, 닫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서점 주인은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서 냉기를 뿜을 것 같은 외모를 가졌다. 마치 귀신처럼 섬뜩해 보인다. 하지만 늘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었다" 말하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런 서점 주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섭기만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묻어있다.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리워했던 그는 언제부터 이 자리에서 어떤 손님을 기다려왔을까.
그런 서점을 계속 찾아가는 손님이 있다. 손님은 힘든 마음에 산행을 하다 불현듯 서점 주인을 만나 환상서점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낯선 풍경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기묘한 이야기와 서점 주인의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음침하고 기묘한 분위기의 서점, 손님은 울적한 날이면 그곳을 계속 찾는다. 그러던 중 스스로 헷갈린다.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인지, 서점 주인이 보고 싶은지….
그럴 때마다 '환상서점' 주인은 늘 그랬듯이 한결같이 말한다. 소설 속 손님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전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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