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에 대한 소명기회도 주지 않고 결정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미술관장 재공고 절차중지 신청도"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
대구미술관장에 내정됐다 취소된 안규식<사진>씨가 임용과정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대구미술관장 임용 주체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지난 19일 "결격사유 조회 과정에서 미술관장 직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징계기록이 발견돼 내정을 취소한다"고 밝힌 바 있다.<영남일보 4월20일자 2면 보도>
이날 안씨는 영남일보에 보내온 입장문과 전화통화에서 "현재 변호사 선임을 했다. 진흥원 측을 상대로 대구미술관장직 임용취소 결정을 번복하라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진행할 것이다. 또한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대구미술관장직 재공고 절차 중지 신청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씨는 "(진흥원 측에 대해)소명기회 한 번 주지 않고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탈락시키기 위한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성과 실적을 토대로 힘겹게 쌓아온 저의 이력이 통째로 날라 갈 수 있는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법적 조치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이어 안씨는 논란이 된 과거 징계 두 건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안씨는 "대구미술관 학예실장 재직 당시 받은 징계는 직원의 잘못 탓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받은 것일 뿐이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재직 때 받은 징계 역시 직원 간 갈등을 막으려다 생긴 일이어서 개인의 비위 혹은 갑질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안씨는 "법적 분쟁으로 옮겨가기 전에 내정 취소 결정이 번복되어서 제가 대구미술관장으로 임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안씨가 '소명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진흥원 관계자는 "대구미술관장 채용 과정에서 징계 이력이 불거지고 난 이후 진흥원장과 안 내정자가 직접 만나 면담을 한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안규식씨가 영남일보에 보내온 입장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대구미술관 관장응모에 지원해 4.5일자로 최종합격 통보받은 안규식이라고 합니다.
저는 14년간의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경력이후 대구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팀장,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및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 등을 지내면서 다수의 탁월한 전시기획과 성공적인 미술관 운영을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이번 대구미술관 관장에 응모하면서 그 동안의 경험을 활용하여 대구 출신(침산초, 성광중, 영신고 졸업)으로 대구 미술문화 진흥에 이바지하기를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4월 19일 임용취소 통지서를 보고는 소명기회 한 번 주지 않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에 황당함과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합격통보 다음날부터 방송과 지면에서 저에 대한 과거 징계 이력들이 강조되며 부적격자로 기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탈락키기 위한 시도를 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경우, 공공기관의 객관적이고 적법한 절차가 임의대로 뒤집혀지는 상황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열악한 국내 미술관 전문인력 고용환경에서도 전문성과 실적을 토대로 힘겹게 쌓아온 저의 이력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기에 임용취소 통지받은 어제 즉시 법적 조치를 개시하였습니다. 재공모 시도에 대해서도 즉각 법적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동시에 저의 과거 흠결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열악한 국내 미술관 환경에서 발생한 두 가지 징계 조치를 그대로 오픈하면서 해명하고자 합니다.
첫 째는 대구미술관 학예실장 때의 일로서, 제가 감독해야할 직원이 강사료 과다 지급건(당사자는 해직됨)에 대해 지도감독 소홀로 받은 징계입니다. 지도감독 소홀이라는 것이 중대하기는 하나 부하 직원의 의도적 횡령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았기에 당시 저는 이에 대한 징계 양형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였으나, 대구미술관 조직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에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으로 종료되었습니다.
두 번 째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에서의 일입니다. 관장으로 임용된 직후 파악한 바로는 직원들 간의 심각한 갈등상황이 방치된 채 미술관 행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 갈등을 풀기 위해 직원들의 관계를 묻고 이를 메모한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 메모장이 문제가 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었으나, 지역 미술관의 발전적 제고를 목표로 하는 상황 속에서 직원들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제가 스스로 사과하고 그 징계를 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한 사건입니다.
두 건의 사건은 개인적 비위 혹은 갑질과는 전혀 상관없음을 밝히며 필요하다면 그 소소한 내용도 소송을 통해 해명하려합니다. 또한 이후에 저의 명예를 훼손하시는 분은 법적으로 철저히 대응하겠습니다.
대구미술관은 국제적 전시와 이벤트로 이미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고 얼마든지 더 훌륭한 미술관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미술관의 리더는 전시기획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야 합니다. 면접심사 과정에서 저의 25년간의 큐레이터 경력과 영국유학을 토대로 한 국제적 역량이 공정하게 평가되어 합격되었다고 자신합니다. 그리고 저는 미술관 구성원의 협력이 중요한 것을 25여년의 큐레이터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조직 전체의 안정성을 중요시하며 이것이 곧 미술관의 문화적 본령임을 실천하며 살아왔음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통해 대한민국의 올바른 미술관 전문인력 인사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20년 임기에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필코 왜곡된 관장인사를 바로잡고 대구미술관을 발전시키기 위해 꿈꾼 계획을 펼쳐 그 결과를 대구시민에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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