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효설 사회부기자 |
"문화대혁명 때, 친구 아버지가 거리로 끌려 나와 구타를 당한 후 우물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다음 날 친구가 울면서 학교에 나왔다. 우리는 친구를 불러 탁구를 쳤다. 친구는 탁구에서 한 번 이겼을 땐 울음을 그치지 못했지만 두 번, 세 번 연거푸 이기자 웃기 시작했다. 삶은 이토록 강대(强大)한 것이다."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위화는 얼마 전 EBS1 TV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 출연해 '사랑'에 대해 설파했다. 울면서 탁구를 쳤던 그 친구는 현재 매우 훌륭한 사람이 됐다고도 전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너무나 큰 아픔을 겪었지만 친구들의 사랑 덕분에 절망에서 빠져나와 행복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
학교폭력 가해를 모든 대입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한다는 교육부 대책이 나왔다. 학생부 보존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가·피해 학생 분리 기간도 최대 7일까지로 늘렸다. 학폭위 조치 전에는 자퇴도 못 하게 강제했다.
교육부는 "가해 행동을 하면 책임이 뒤따른다는 교육적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엄벌(嚴罰)은 필요하지만 능사가 될 순 없다는 것. 한 장학관은 "처벌받는 사람이 합리적 사고를 할 때 엄벌주의가 통한다. 또 부모의 도움을 못 받는 가해 학생들이 마지막 보루인 학교에서도 엄벌에 처해지면 결과는 뻔하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 어른들이 갈등을 해결하는 법에 대해 무지한 건 아닌가 반성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피해를 보면 처벌이나 신고를 먼저 떠올리는 게 상식 아닌 상식이다. "처벌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며 뼈아픈 후회를 하는 학부모들도 여럿 보았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고 내 아이 뇌에 박힌 뿌리 깊은 상처가 사라지진 않는다.
이제 어른들이 갈등을 정리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갖춰야 할 때다. 때마침 대구시교육청이 교사, 관리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갈등조정 전문가 양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가해자는 이를 경청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당당해지고 가해자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자주 확인한다고 참여 교사들이 전해왔다.
혼자만의 아픔을 툭 털어놓는 순간, '뭐가 그렇게 아팠었나'라며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학폭의 고통을 감히 논할 자격은 없지만, 그 고통을 충분히 말하고, 당당하게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을 거쳐보길 조심스럽게 바라는 바이다. 삶은 강대한 것이기에….
이효설 사회부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