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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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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논설위원

제너럴셔먼호 사건(1866년). 민간 상선에 의한 예기치 않은 변고였지만 조선이 '미리견(彌利堅·미국)'을 접한 첫 역사적 사건이었다. '미리견은…화성돈(워싱턴)이 성지를 만들고…오직 이익을 좇는 것인데 약탈하는 습성이 많으니'(승정원일기)라는 수계(繡啓·임금에게 올리는 보고)가 퍽 어설프다. 선교사 로버트 토머스가 배에 통역관으로 타고 있었다. 그를 통해 성경과 함께 개신교가 조선 반도에 처음 들어온 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훗날 적잖은 영향을 끼친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그의 종교적 후예들이 근대식 의료·교육·구휼의 초석을 놓았고, 항일 운동과 건국 과정의 인적 배경, 한국 보수 정파의 토대가 됐다. 제너럴셔먼호 사건은 신미양요(1871년), 조미수호통상조약(1882년)으로 이어졌다. 미국이 1776년 건국했으니 150년 넘은 한미 관계, 120년 이민사는 미국 역사에서도 절대 가볍지 않다.

미국이 우리 역사에 직접 개입하며 '사활적 관계'를 맺기 시작한 건 구한말~광복 전후다. 식민 통치와 광복 모두의 배경에 미국이 있다. 일본의 한반도 우월권, 필리핀에서 미국의 우월권을 인정한 가쓰라 태프트 밀약(1905년). 이후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때도 일본은 '러일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대한제국'이란 억지를 부리며 한반도 기득권을 주장했다. 동아시아에서의 긴장과 전쟁은 일본에 늘 한반도 진출의 명분을 줬다. 이 교훈을 골수에 새겨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마운 게 있으면 고맙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과 원폭 투하, 일본의 항복 선언이 없었다면 광복이 언제 가능했겠는가. 미국은 혼란스러운 해방 공간과 한국전쟁 당시에도 우리를 지켜준 고마운 나라다. 그때 공산화됐더라면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는 어림도 없다. 3만명이 훨씬 넘는 미국의 젊은이가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생명을 잃었다. 질곡의 현대사 한복판에서도 항상 미국이 존재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 67달러에 불과했던 최빈국에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한 데에는 '최강국 미국과의 동맹'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미·중 대결이 심화하고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에 외교의 우선순위를 두는 건 당연하다. 핀란드나 스웨덴조차 NATO에 가입할 정도로 '중립'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자주'라는 구호가 매력적이긴 해도 자국만으로 안보를 책임지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외교를 해야지 전쟁을 해선 안 된다.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리지도 말아야 한다. 헨리 키신저(전 미 국무장관)는 5~10년 내 임박한 전쟁의 위험을 경고한다. 이러할 때 패권 전쟁의 전사처럼 행동하는 건 상궤를 벗어난다. 싸우는 것 같지만 핵 강대국끼리 물밑에서 이익을 조율하는 현실도 똑바로 봐야 한다. 바이든이 G7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중국 관계가 곧 해빙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한 건 무슨 의미일까. 미국은 언제 다시 트럼프식 고립주의로 회귀할지 모른다. 미국 저변에는 고립주의에 대한 선호가 상당하다. 트럼프 재임 때처럼 미국이 국제적 리더 역할을 포기하면, 한국은? 주변 강대국을 죄다 적으로 돌려놓은 뒤라면 그땐 우리의 갈 바가 혼란스러워진다. '10년 중국 특수 끝났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며 마음을 내려놓아선 안 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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