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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서울 서이초등 교사 추모 현장 가봤더니…화환 수천개·끊이지 않는 발걸음

2023-07-24

전국에서 근조화환 배달…검은 옷 입은 교사 조문 행렬

대구 교육계도 슬픔 동참…교육청 앞에 합동분향소 마련

[르포] 서울 서이초등 교사 추모 현장 가봤더니…화환 수천개·끊이지 않는 발걸음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는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배달된 근조화환이 길게 늘어져 있다.
[르포] 서울 서이초등 교사 추모 현장 가봤더니…화환 수천개·끊이지 않는 발걸음
서이초등학교 후문에 가득 쌓인 국화꽃과 근조화환.
[르포] 서울 서이초등 교사 추모 현장 가봤더니…화환 수천개·끊이지 않는 발걸음
서이초등학교 정문에 가득 쌓인 국화꽃과 추모 글이 담긴 포스트잇.
[르포] 서울 서이초등 교사 추모 현장 가봤더니…화환 수천개·끊이지 않는 발걸음
대구시교육청 앞 분수공원 공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주말인 지난 22일 오전.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였지만,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 학교 1학년 담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교문으로 향하는 길가는 전국의 동료, 선후배들이 보낸 수천여개의 근조화환으로 가득 메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등이 적힌 화환은 학교 전체 담장을 둘러싸고도 자리가 모자라 겹겹이 세워졌다.

학교 인근 버스 정류장에는 검은 옷차림에 검은 마스크를 쓴 추모객들이 줄지어 버스에서 내렸다. 택시에서 내린 한 젊은 여성은 깊은 한숨을 쉬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여성의 눈은 이미 붉게 충혈돼 있었다.

교문 앞에는 추모객들이 두고 간 수많은 국화꽃과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포스트잇에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문 모퉁이에는 작은 포스트잇이 부족했는지, A4용지에 빼곡히 적힌 추모 글도 보였다.

학교 안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강당 쪽에 임시로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교사 부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 교사를 꿈꾸는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헌화를 위해 차례를 기다렸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30년 차 초등교사 두 명은 "소식을 듣고 너무 허망하고 안타까웠다"면서 "현실 교단의 문제점을 이렇게 표현하도록 내버려 둔 게 선배 교사로서 미안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9년 차 초등교사는 "학생 지도조차 할 수 없는 지금의 교육 현실에 자괴감이 느껴진다"면서 "악성 민원, 갑질 학부모를 처벌하고 신고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혼자서 마지막을 맞이했던 1학년 교실 담장 아래에도 교사를 애도하는 국화꽃이 가득 놓여있었다.

한동안 1학년 교실을 바라보던 한 교사는 "교권 침해가 너무 심각한 상황에서 새내기 교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교사들은 권위만 고집하는 '교권'이 아니라 '존중'과 '인권'을 보장받고 싶어 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대구지역 교육계도 서이초등 교사의 죽음에 슬픔과 분노를 함께했다. 대구교사노동조합은 대구시교육청 옆 분수공원 공터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29일까지 고임의 죽음을 애도할 계획이다.

대구시교원단체총연합회는 홈페이지에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을 열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는 20일 '깊은 애도의 마음을 담아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성명을 냈다.

글·사진=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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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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