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사태 계기로 지방자치 무능론 불거져 논란
중앙정부 및 언론 지방 깎아내리기에 여념 없어
지방시대 후퇴 안돼, 비수도권 정치권 대응 나서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이 12일 동안의 여정을 끝내고 순차적으로 본국으로 출국하기 시작한 12일 오전 이학재 인천국제공항 사장이 대원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환송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2일 경북 경주시 골굴사에서 독일 잼버리 대원들이 템플 스테이 체험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지방자치 무능론'이 불거져 논란이다.
정부와 여당이 파행속에 막을 내린 잼버린의 원인을 지자체로 꼽으면서 정치권은 물론 중앙 언론까지 지방자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이자 지방의 권한·예산을 늘리는 '지방시대' 정책에 움직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언급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 행정에 '고강도 혁신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잼버리 대회의 성공적 마무리가 급선무였기 때문에 원인 규명을 잠시 미뤄뒀지만, 이제는 원인과 책임을 따져봐야 할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잼버리 준비 미흡과 졸속 행정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중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지방에 찾고 있다는 데 있다. 사실상 지방을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대회를 유치하고 준비했던 전북도와 전임 정부에 날을 세웠다. 잼버리의 '준비 미흡' 문제를 부각하는 과정에서 전북 공무원의 외유성 해외 출장이 논란을 빚으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특히 지자체로 향했다.
여당 및 중앙 언론은 '지자체가 예산과 권한만 커지고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방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번 일은 윤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들 수 있는 문제"라며 "부패가 심각할 때 지방정부에 권한을 넘겨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했다. 한 중앙 언론은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정부 국정과제인 지방시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편향적인 시각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태에 대한 원인 규명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중앙정부가 사태를 수습했다고 해서 전적으로 지방정부의 문제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잼버리 조직위의 경우 전북도·부안군뿐 아니라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도 포함돼 있다. 여가부나 전북도에 대한 감찰, 감사원 감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부처가 섞여 있어 책임 소재가 명확히 규명되기 쉽지 않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정치인들이 여야를 떠나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에 대한 명확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지자체의 일부 문제로 시대적 과제인 지방분권, 지방시대 자체가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권한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지자체의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따른 문책이 있으면 되는 것인데 지방자치에 대한 부정적 시선으로 이어져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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