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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하의 독립운동가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2023-08-23

[기고] 지하의 독립운동가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우대현(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그런데 최근 사회 일각에서 이러한 헌법 내용을 호도하고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민주이념의 정신을 부정하는 행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1919년 4월11일 수립된 임시정부의 법통, 즉 대한민국 건국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1945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주장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발상은 독립운동가의 공로를 폄훼하고 독립운동정신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현재 드러난 이런 사례를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국가보훈부가 독립유공자 포상심사 기준을 변경,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짜 유공자 논란을 불식시키겠다고 나선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독립운동 공로에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지 않았다는 굴레를 덧씌우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은 우려스럽다. 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이승만 전 대통령기념관 건립 발언도 논란이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의 공(功)도 있다. 그런 공에 따른 기념관 건립을 무작정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수많은 과(過)에 대한 평가 역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기념관에 들어선 백선엽 장군의 동상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에서 백 장군이 일군 크고 작은 공로는 인정하되 독립군 토벌을 위한 일제 군대 복무라는 분명한 사실은 없앨 수 없지 않은가.

나의 선친인 대한광복회 지휘장인 백산 우재룡은 무기징역으로 20여 년 세월을 감옥에서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투쟁했다. 또 광복회 박상진 총사령과 김한종 충청도지부장 같은 독립투사는 대구감옥에서 사형으로 목숨을 잃을지언정 결코 일제와 타협하거나 변절의 길을 걷지 않았다. 게다가 생존 독립운동가는 광복 이후 이승만 정권의 독재로 탄압과 핍박이 이어지자 산골로 피신하거나 숨어지내는 은둔의 '흙떡' 세월을 보냈지 않았던가. 뒤늦게 박정희 정부에서 이들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해 그나마 다행으로 여겼다.

비록 생존 독립운동가들은 거의 없지만 지금 벌어지는 퇴행에 대해 유족으로 남은 우리는 마냥 넋을 잃고 있을 수 없어 피 끓는 심정으로 두서없지만 한 자의 글로 만단의 심정 일부라도 밝히고자 한다. 이 전 대통령과 백 장군에 대한 공로로 기념관과 동상의 건립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과 허물을 덮거나 없애서는 안 된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의 과오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새겨야 한다. 두 사람의 공과를 함께 새겨 뒷사람들이 제대로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사는 그렇게 조금씩 긍정적인 방향으로 '뒤로가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같은 잘못은 피하도록 후세를 경계하고, 공로는 이어서 계승·발전되도록 말이다. 이는 지하에 계시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우리의 도리일 것이다.
우대현(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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