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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따오기 아빠

2023-08-21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따오기 아빠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우리 우포늪에서는 매년 따오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유럽에도 붉은볼따오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데 이 유럽 종은 검은색에다 대머리여서 우리 따오기보다 훨씬 못생겼다. 오스트리아의 요하네스 프리츠(56)는 1997년 한 동물원에서 보내 온 이 따오기 새끼를 기른 후 평생 이 새를 품어왔다. 이 새는 거위처럼 학습 가능한 것도 아니고 갈까마귀처럼 지능이 높은 것도 아니지만 정이 많다. 쥐 고기와 소 염통을 썰어 하루 여덟 번 먹였더니 그의 귀에 즐겨 긴 부리를 집어넣는다. 그는 20년 전 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면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몇 세대를 동물원에 키웠지만 이동본능은 그대로라는 것. 그러나 방향감각은 없어져 겨울을 나기 위해 더러 러시아에도 갔다.

프리츠는 따오기 가이드가 되었다. 그는 따오기 안전이동을 위해 올여름 보덴 호에서 인간과 새의 합동 비행훈련을 하고 있다. 두세 살 되었을 때부터 안아 키워 왔으므로 새들은 그를 아빠처럼 따른다. 두 명의 여조수가 엄마리라. 아빠 엄마가 탄 초경량항공기로 날아오르면 35마리가 날개 퍼덕이면서 뒤따른다. 그가 처음으로 한 떼를 거느리고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날아간 것은 2004년이었고 그 후 15회나 새 떼를 안내했다. 이제는 자연으로 돌려보낸 277마리 중 2세들에게 그 루트를 전수하는 새가 생겨났다. 작년에 보덴 호의 따오기는 기후온난화로 10월 말에 출발했는데, 그때 그 새들을 동행해보니 깃털은 얼음으로 덮이고 땅에는 먹이가 없어 차량이동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금년에는 이탈리아보다 세 배 멀고 6주나 걸릴 스페인 남단을 선택하여 10월까지 그곳에 안착하기 위해 대장정을 준비하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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