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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기자〈정경부〉 |
"엄마, 학교 앞에 문구점이 문을 닫는대요. 편의점은 좀 비싼데…."
저녁을 먹던 아이의 재잘거림에 귀가 갔다. 학교 앞 문구점이 폐업을 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는 듯 보였다. 뜸 들여 내놓은 본심은 '용돈을 올려달라'는 것. 아이는 하루 용돈 1천원으로 문구점에서 과자와 젤리, 아이스크림 등을 사 먹는다. 문구점이 없어지면 1천원으로는 살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문구점 폐업 소식은 나에게도 '큰일'이다. 퇴근 후 집에 가면 보통 7시 전후다. 당직이라도 서는 날이면 밤 9시가 훌쩍 넘는다. 그 시간 아이의 알림장을 펼쳐 숙제와 준비물을 확인한다. 지금까진 늦은 시간 준비물을 확인해도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등교 때 문구점에 들러 준비물을 사면 되는 일. 문구점 아저씨는 이미 학년별로 준비물이 뭔지 잘 알고 있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물건을 내주신다. 그런 문구점이 문을 닫는다니….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학교 앞이나 주택가 골목에서 문구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문구점은 아침부터 늘 문구용품을 사려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하교 때도 필요한 준비물이 있든 없든 문구점을 들르는 건 아이들의 일상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
그런 문구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1만5천여 개였던 문구점은 이제 8천여 개로 쪼그라들었다. 해마다 500개씩 없어지는 셈이다. 문구점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복잡다단하다. 우선 학령인구가 확 줄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무인 문구점도 자꾸만 문구점을 벼랑으로 내몬다. 이 중에서도 '다이소'는 문구점 입장에선 가장 두려운 존재다. 천원짜리 한두 장으로 각종 문구용품은 물론, 간식까지 살 수 있다. 초등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다.
이지영기자〈정경부〉
무엇보다 동네 문구점이 사라지면 학생들의 추억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 안타깝다. 오랜 영욕의 세월을 함께해 온 문구 도·소매와 제조사 등의 학용품 생태계도 시나브로 무너질 수 있다. 대형 매장의 독과점과 가격 횡포에 학생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 문구업계는 '초등학교 학용품'만 한정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했다. 지금이라도 동네 문구점이 자생할 수 있는 사회적 울타리 즉 '보호막'을 쳐줘야 한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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