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910010001092

영남일보TV

[단상지대] 아베 신조의 전략과 2023년 한국 정부

2023-09-11

[단상지대] 아베 신조의 전략과 2023년 한국 정부
최범순 (〈사〉경북시민재단 이사장 영남대 교수)

너무 많은 글감을 놓고 우왕좌왕했다. 할 말이 너무 많다. 국가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진 출산율, 균형 발전을 내던지고 지방은 지방이 알아서 하라는 대학 정책, 진상도 책임도 규명되지 않은 채 이어지는 사회적 참사와 죽음들. 여러 심각한 문제와 상황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그런데 정부의 책임과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정부는 처음이다. 눈앞에 굵직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2023년 대한민국 정부는 엉뚱한 나라 바깥일에 힘을 쏟거나 현재가 아닌 과거로 역주행한다. 자국민의 안전과 생명은 팽개치고 일본 정부가 해결하고 증명해야 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누구보다 앞장서 나팔수 역할을 하는가 싶더니 유례 없는 세수 부족 와중에 한국 세금으로 일본 정부의 결정을 홍보까지 해주다니. 이런 일은 예견되기는 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배상해야 할 문제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한국 기업 돈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역주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70여 년 전 이념의 참상 속으로 국민을 끌고 가더니 급기야는 독립운동 역사까지 훼손하고 있다. 설마 1910년 상황까지 역주행할 참인가? 최근 1년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 뉴스를 다루면서 희색이 넘쳐난다. 마치 자국의 수상 이외에 대통령을 한 명 더 얻은 분위기다.

2023년 한국 정부의 행보는 아베 신조의 전략을 그대로 표절한 것에 가깝다. 아베 신조는 21세기 일본을 장악했는데, 그 핵심 전략은 역사 문제를 정치 문제로 변질·왜곡시키는 것이었다. 아베 신조는 정치인으로 첫발을 내디딜 때 역사 문제를 전면에 내걸었다. 일본은 1991년 버블붕괴로 경제가 붕괴한 자리에서 아시아와 실질적으로는 처음 역사 문제로 대면한다. 결정적 계기는 1991년 8월14일에 "저는 일본 군대 위안부로 끌려갔던 김학순입니다"로 시작한 기자회견이었다. 한편 1993년에 일본 자민당은 탄생 이래 처음으로 연립정부를 수립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바로 이때 정치에 입문한 초선 의원 아베 신조는 1995년의 자민당 탄생 40주년, 일본의 '종전(終戰)' 50주년에 맞추어 당내 젊은 의원들 중심으로 '역사인식문제모임'을 결성한다. 그리고 경제 위기로 자민당에 향하던 화살을 한국과 아시아가 제기한 역사책임 문제로 돌리는 전략을 짠다. 당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극우 보수 단체가 등장해 왜곡된 역사 교육을 확산시키려던 움직임도 아베 신조의 전략과 맞물린 것이었다.

역사 문제를 정치 기반 다지기에 이용하던 아베 신조는 2006년에 자신의 제1차 내각을 꾸렸을 때 너무나 중요한 법 개정을 성공시킨다. 바로 일본의 교육기본법 개악이다. 이를 계기로 교육 현장에서 '기미가요' 제창과 '히노마루' 게양이 공식화되었다. 이 교육기본법 개악은 A급 전범 출신으로 1950년대 후반에 수상을 지낸 기시 노부스케가 외손자 아베 신조에게 남긴 유훈이었다. 1950년대에 A급 전범들을 위시한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이 '자유민주주의' 기치를 내걸고 자민당으로 결집하는 과정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지 침략을 비판하면서 패전 이후 일본을 바꾸고자 했던 정치세력은 '공산주의자, 아까(赤=빨갱이)'라는 라벨이 붙어 폭력적 탄압을 받았다. 이 과정을 거쳐 부활한 전범자 가운데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고 그의 유훈을 아베 신조는 21세기 일본에서 실현했다. 그리고 2023년 한국 정부는 그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최범순 (〈사〉경북시민재단 이사장 영남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