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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한 날은 1977년 12월22일이다. '100억달러'는 단순한 수출 총액의 신장을 넘어 선진국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이정표가 됐다. 당시 국민은 "우리도 이제 1등 국가의 국민이 될 수 있다"며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이후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의료·교육·사회 서비스 등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정부는 관광사업을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 정해 적극 육성했다. 최근엔 웰니스·의료 관광산업이 K-관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는 '메디시티'라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의료 중심 도시이며, 특히 중구는 그 중심에 서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대한민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누적)는 327만여 명이다.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환자는 24만8천여 명이다. 대구의 경우 2009년 2천816명에서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 3만1천명으로 연평균 27.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비수도권 최초로 3만명을 돌파한 기록이다.
코로나 기세가 한풀 꺾인 2022년을 기준으로도 대구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모두 1만3천909명으로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인천·부산 등 바다를 끼고 있는 관광도시보다 외국인 환자가 많다는 것은 대구가 의료관광에서만큼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도시로 자리매김했음을 뜻한다. 그중 중구의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3천994명으로 대구에서 가장 많다. 또 중구는 대구지역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및 유치 업체 151곳 가운데 52곳이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365년 역사의 약령시도 있다. 중구가 왜 대구 의료관광의 중심인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중구청은 지난 9월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사간도스 간 친선축구 경기 관람을 위해 방문한 일본 서포터스를 대상으로 의료관광 팸투어를 실시했다. 서포터스 일행은 동성로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계산예가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약령시 일원을 둘러보며 한방의료·뷰티존·족욕 등을 체험했다. 이들은 약령시에서 들뜬 표정으로 메디시티 대구의 진수를 느끼며 연신 인증샷을 찍었다. 그들을 보니 대구 중구의 든든한 관광 홍보대사를 얻은 듯한 보람을 느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 가운데 한방 병·의원을 찾은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이다.
최근 벡스코에서 열린 2023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에도 참여해 해외 바이어들과 대구 의료관광 상품 개발 및 유치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중구청은 지속적으로 의료관광 종사자 및 입국 외국인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하고 국가별 선호도를 반영한 관광코스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민선 8기 구청장 공약 사항엔 의료관광 활성화와 동성로 관광특구 지정 추진이 포함돼 있다. 동성로가 관광특구로 지정되기 위해선 최근 한 해 외국인 관광객이 10만명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대구시와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는 중구는 뛰어난 의료기술, 오랜 역사와 전통, 아름다운 문화를 바탕으로 조만간 외국인 관광객 10만명을 훌쩍 넘어 코로나 팬데믹 이전처럼 동성로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성로의 명예 회복과 침체된 도심의 활력을 되찾는 과정에서 중구의 의료관광은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도약과 대구경제 발전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다.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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