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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칼럼] 교육부장관, 교육감, 교육장, 교장·교감 순

2023-09-13

[유영철 칼럼] 교육부장관, 교육감, 교육장, 교장·교감 순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우린 그때 참 많이도 맞았다. 벌도 많이 섰다. 선생은 떠든다고 때렸고, 성적 내려갔다고 단체로 개인으로 마구 때렸다. 싸움하다 걸리면 무슨 잔재처럼 서로 뺨 때리기를 하라고도 했다. 선생은 뻑하면 때렸다. 초중고 가릴 것 없었다. 애들을 때리는 게 선생인 줄 알고, 커서 선생이 되겠다는 장래희망을 가진 학생도 있었다. 그때는 선생은 때리고 학생은 맞았다. 교편(매)을 잡으면 다행인데 몸(손·발·주먹)이 앞서기도 했다. 1960~70년대 학교 다닐 때 안 때리는 선생이 거의 안 계셨지만 혹 계시면 의아해하며 도덕군자로 존경했다. 요즘 교사는 모두 도덕군자인 셈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극단선택을 하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신체적 학대'가 심했던('정서적 학대'는 학대가 아니었다) 그때가 떠올랐다.

지난 7월18일 서울 서초구 초등 여교사가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나이 23세였다. 교대졸업 후 초임지였다. 1학년 담임을 맡고 한 학기도 끝내지 못했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긁었고 피해 학부모가 교무실에 찾아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고 항의했고 휴대 전번을 입수해 수십 통 전화하는 바람에 힘들어했다'고 했다. 지난 9월8일 대전 유성구 초등 40대 여교사도 4년여간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그만 삶을 거두었다.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된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민원'은 지속됐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헌법소원이 제기된 아동복지법 17조5호 때문인가. 이 법 17조5호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정서적 학대행위', 만능키처럼 써먹을 수 있는 조항인가. 어떤 애가 다른 애를 위협하고 소란 피울 때, 옛날 같았으면 다짜고짜 주먹이 날아가 평정(?)했을 텐데 교사가 애의 손을 잡으면서 제지해도 '정서적 아동학대'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아동복지법 17조5호는 '2014.1.28, 2021.12.21' 개정된 것이다. 그동안 법이 모순이 있고 악용 여지가 많았다면 교육당사자는 왜 아무런 반발도 없었을까? 그동안 무얼 했나? 올해 교대 졸업하고 서초구 초등에 첫 부임한 여교사가 당하기 전에 왜 고쳐놓지 못했나? 개연성을 지녔음에도 학교는 아무런 대응을 왜 하지 않았나? 그 이전부터 교사생활을 한 교감과 교장은 무엇을 했나, 알고도 가만히 있었나? 많이도 맞으면서 컸을 교육장은, 교육감은, 그 위에 교육부 장관은 도대체 무얼 했나?

현재 올바른 교사들이 바라는 것은 한결같다. '제대로 된 수업을 하고 싶다'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이다. 젊은 교사들의 이런 바람을 학교(교장과 교감 등)는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공연히 말썽을 피우는 학부모가 있다면 오랜 교육경험의 권위 있는 교장이 마땅히 설득해 해결해야 할 게 아닌가. 학부모회 회장단을 통해 그런 학부모를 설득하는 방법도 있을 게 아닌가. 초년 교사들이 뜻밖의 어려움을 겪는데, 감당이 어려워 고민하는데 가만히 있었다는 게 권외자이긴 하나 도저히 이해 안 되는 부분이다. 만약 신문사 초년기자가 출입처에서 터무니없는 것으로 모독을 당하고 곤궁에 처했다면 본인도 잘하겠지만 당장 부장이 나서서 해결할 게 아닌가.

이번 사태를 보면서 나는 가장 비겁한 사람은 교육부 장관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다음 교육감, 교육장, 교장, 교감 순이다. 책임 있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비겁한가. 교육을 위해 몸을 던져서라도 평교사를 구했어야 하지 않았나. 못하겠으면 책임이 큰 순으로 아예 옷을 벗어라. 잘하고 있는 학교에는 죄송함을 표한다.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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