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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기후 위기, 한국은 더 위험하다?

2023-09-14 23:00

 

[이재윤 칼럼] 기후 위기, 한국은 더 위험하다?
논설위원

유난히 다단(多端)했던 지난여름. 독자 여러분은 어떤 뉴스에 관심을 가지셨는지. 이재명 단식? 박정훈 대령 수사 외압 논란? 잇따른 교사 극단 선택? 일 원전 오염수 방류?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도원결의? 중국발 경제 위기?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느닷없는 이념 논쟁? 나라 망신 새만금 잼버리? 어느 것 하나 눈길을 뺏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뿐인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프리고진의 죽음, 연금 개편안, 사라진 수능 킬러문항, 출산율 0.6명대 추락, 세계를 들썩인 상온 초전도체, 철근 누락 아파트, 기대 반 우려 반 챗GPT 시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아리송한 양평고속도, 용산 관저 이전 풍수가 개입 등의 뉴스 비중도 작지 않았다. 모두 불과 3개월 사이의 일이니 과연 '다이내믹 코리아'다.

 


질문을 바꿔보자. 지난여름 가장 주목할 뉴스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2023년 7월 4일)이 새롭게 쓰인 해'. 이날 지구 평균 기온은 17.01도였다. 1979년 기후 위성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자, 기온을 기록하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시작해도 가장 뜨거운 날이었다. 7년 만의 기록 경신? 이는 우리가 기념할 이정표가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에 대한 사형선고였다.(영국 그랜섬 연구소)

 

물론 '7월'도 상당한 격차로 '역대 가장 더운 달(평균 16.95도)'에 등극했다. 여기에서 '역대'란 약 12만 년 전인 엠 간빙기 이후를 의미한다.(독일 라이프치히대 가르스텐하우스타인 교수) 6~8월 석 달 간 세계 평균 기온(16.77도)도 관측 이후 가장 높았다. 우리 모두 부지불식간에 역대 가장 무더운 여름을 지나온 셈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기록은 조만간 또 깨질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가 들끓는 시대(Era of global boiling)'가 시작됐다."


 전 지구적 규모의 위기라서 나의 위기로 체감 못 하고 안도하는 착시 현상이 있다. 위기 경고의 다급한 신호에도 국내에선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여름 내내 "덥다~"고만 되뇌었지, 왜? 그래서 어떻게? 라는 질문은 없었다. 위기감 없는 위기, 그게 더 위기다. 매년 찾아오는 여름이지만, '가장 더운 날'이 해마다 새롭게 쓰인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유난한 여름'의 반복에 그치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한반도 역시 예외 아니다. IPCC(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2023년 3월)를 토대로 한 서울대 김종성 교수의 분석은 '기후 위기, 한국은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2100년엔 우리나라 전 국토의 4% 이상, 인천 같은 경우는 절반가량 침수된다는 모델링 결과가 있다.

지난 33년간 해수면이 9.2cm 높아진 부산은 그즈음 해안 쪽이 거의 잠긴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한반도'는 각종 데이터가 뚜렷이 방증한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이 0.84도 상승할 동안 한반도는 1.22도 올랐다. 수온의 경우 50년간 세계 평균이 0.52도 상승할 때 한반도는 1.12도 올랐다. 2배 이상 가파르다. 5년 동안(2010~2015년) 축구장 130여 개 면적의 동해안 해변이 사라졌다면 실감 나는가. 명태의 실종? 러시아로 다 올라갔다. '싹쓸이'가 아니라 기후변화 때문이다. 제주 귤이 지금 인천에서 재배되는 것처럼.


기상청이 지난주 발표한 '여름철 기후분석 결과'도 같은 설명을 한다. 지난여름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24.7도로 평년보다 1도 높았다. 기상관측 이후 4번째다. '극한 호우'라는 말도 새로 등장했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660.2㎜)은 사상 3번째, 특히 남부 지방(712.3㎜)은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가을 더위'도 생경하다.


IPCC 6차 보고서는 파리기후협약(2015년 12월) 당시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10년 정도)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기온 상승률이 지난 2000년 사이 가장 높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만 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 각국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모두 실행하더라도 2040년 이전에 지구의 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올라갈 것이란 전망을 담고 있다. 해수면 상승 속도도 위기다. 지난 30년 동안 10cm 이상 높아졌다.(NASA 자료) 100~200년 후엔 1m까지 상승한다니 그땐 베네치아나 도쿄, 싱가포르도 물에 잠긴다. 지난여름 미국 마이애미 남쪽 바닷물 온도는 놀랍게도 38.4도까지 치솟았다. 외신은 '목욕탕 같은 바다'라 칭했다.


산업혁명 이후 2천40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이미 배출됐다. 기온을 1.5도 상승에서 막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2천900억 톤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500억 톤밖에 남지 않았다. 인류는 매년 50억 톤을 배출한다. 이대로면 10년 후 '1.5도'가 넘는다. 지구 존폐가 10년 내 결정된다는 유엔의 경고가 나온 근거다. 최악의 기후변화를 피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단 극적이고 즉각적인 '기후 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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