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 방문객 85%가 30대 이하
Z세대 "가격 저렴하고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 즐겨 찾아"
스포츠 시설·온라인 편집숍 매장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 추세
대구 북구 산격동 24시간 무인 옷가게 '야무핏' 내부. <야무핏 제공> |
대구 북구 대현동 24시간 카페 '유즈'. 지난 11일 밤 11시 무인영업 시간에 테이블이 1~2개를 제외하고 꽉 차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
대구 북구 대현동 24시간 카페 '유즈'의 커피기계. 무인영업 시간에 이를 통해 음료를 주문하고 받을 수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
대구 북구 대현동 무인 테니스장 '몽키테니스존'에서 회원들이 테니스를 치고 있다. <몽키테니스존 SNS 캡처> |
말 그대로 '불야성(不夜城)'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무인점포가 그렇다.
유인점포는 방문객들이 이용 시간과 직원의 응대에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며 무인점포에 밤낮으로 발길이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키오스크에 익숙한 Z세대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엑시스커뮤니케이션즈가 발표한 '무인매장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가 유인매장보다 무인매장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의 누적 방문객은 지난해 3월 기준 10만명을 돌파했는데 그중 85%가 30대 이하였다.
대구에서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여러 무인점포가 운영된다. 소방청이 지난해 12월14일부터 지난 3월14일까지 실시한 주요 무인점포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의 주요 무인점포 수는 299곳이다. 업종별로는 △아이스크림 103곳 △세탁소 70곳 △스터디카페 32곳 △사진관 26곳 등이다.
지난 11일 밤 11시 대구 북구 대현동 24시간 카페 '유즈'. 경북대 쪽문에 위치한 이곳은 평일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일요일·공휴일 무인으로 운영된다. 무인영업 시간에 방문해 커피기계로 음료를 주문하고 받았다. 음료의 가격은 아메리카노 2천원, 카페라떼 2천500원 등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다. 2개 층으로 이뤄진 카페는 테이블이 20개 정도였는데, 늦은 시간에도 한두개를 제외하곤 만석이었다. 손님은 대학생이 대다수였다.
Z세대는 무인점포를 찾는 이유로 저렴한 가격과 영업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날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이현정(21·여)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보다 음료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원하는 시간만큼 편하게 이용 가능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가 높다"면서 "밤늦은 시간까지 과제나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 경북대 인근 '야무핏'도 직원 없이 24시간 운영되는 옷가게다. 의류의 가격은 대부분 1만5천원 안팎이다. 자유롭게 제품을 고른 뒤 키오스크에 가져가 바코드를 인식하면 바로 결제할 수 있다. 지난 8일 이곳을 이용한 이재완(23·남)씨도 "평소 의류매장에 가면 직원들이 따라다니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무인매장은 이런 부담 없이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기 좋다"고 했다.
젊은 세대에서 무인점포가 인기를 끌면서 이들을 겨냥한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를 비롯해 스포츠 시설, 온라인 편집숍 매장 등으로까지 무인영업이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Z세대에서 테니스 열풍이 불면서 무인 테니스 시설도 곳곳에서 등장한다. 대구 북구 대현동에서도 무인 테니스장 '몽키테니스존'이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테니스공을 던져주는 기계가 있어 상대 선수 없이 혼자서도 즐길 수 있고, 공의 빠르기·방향 등을 설정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연습도 가능하다. 이혜민(23·여)씨는 "테니스 고수들 사이에서 연습하다 보면 주눅 들 때가 있었는데 무인 테니스장은 초보들도 눈치 보지 않고 운동하기 좋은 장소다"고 말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도 무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무탠픽업' 서비스를 통해 무신사 앱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받으면 된다. 매장 밖에 설치된 '픽업 라커'에서 직원을 통하지 않고 수령이 가능하다. 해당 서비스는 오는 22일 개장하는 대구 동성로 무신사 매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박태경 영남대 교수(경영학과)는 "젊은 세대는 어릴 때부터 키오스크에 많이 노출돼 다른 세대보다 무인매장 이용이 편리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개인주의 성향이 높은 점도 영업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무인매장 특성과 잘 맞어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민희 인턴기자 alsgml0656@yeongnam.com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조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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